日, 戰後에 장애인 대상 생체실험?…사죄-보상은 거부
최근 일본에서는 태평양 전쟁 후 장애인에 대해 이뤄진 '강제 불임 수술'이 반세기가 훌쩍 지난 인제야 전모가 드러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연관 기사] [특파원리포트] 9세 소녀까지 강제불임수술…日 정부는 왜 사죄하지 않나?
1948년부터 1996년까지 거의 50년간 시행됐던 '우생(優生)보호법'에 의해 "불량자손의 출생 방지"라는 목적을 내걸고는 유전성 질환이나, 지적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 불임수술'을 시행해 온 어두운 역사. 그다지 주목받지도, 이러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관심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해 오다가 지난 1월 미야기 현에서 최초로 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서 새삼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이를 얼마나 강제적으로 시행했는지에 대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특히 불임 수술을 명목 삼아 사실상 '생체 실험'을 용인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강제 불임 수술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고,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온 매체다)는 지난 1일 "불임 목적으로 방사선"이라는 제목으로 사회면 머리기사를 실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생 보호법'에서 조차 금지했던 '불임을 위한 뢴트겐(X선) 시술'을 1949년 후생성이 용인하는 문건이 발견됐다며, 생식기능을 잃고 주변 장기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현재 의학계에서는 금지된 사항이라 전하고 있다.
교토부 공문서관에서 발견된 문서는 교토부의 질의에 대한 후생성 공중위생국장 명의의 통지문. 교토대 의학부에서 연구목적으로 '뢴트겐 시술의 가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 "대학(의학부) 등에 있어서의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행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인정된다"고 하고 있다. 특히 교토부의 질의에는 "우생 보호법 28조의 규정에 의해 금지돼 있다"는 전제를 달고 있어 '강제 불임 수술'과의 연관성을 짐작게 한다.
이후 교토부는 이 같은 후생성의 입장을 교토대에 전달했다.
마이니치는 이에 대해 "우생 보호법에 의해 불임 수술을 강제당했던 장애인들이 위험한 연구의 대상이 됐을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쓰쿠바 대학 양자선의학이용연구 센터의 츠보이 소장은 뢴트겐을 쏘일 경우 난자와 정자의 세포가 분열할 수 없게 돼 불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 양을 쏘일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 내에 염증을 일으키는 등 위험성이 극히 높기 때문에 현재는 엄격히 금지돼 있는 시술 방법이다.
영구 불임에 이를 정도의 뢴트겐을 쏘이기 위해서는 난자와 정자에 다량의 뢴트겐을 한꺼번에 쏘여야 하는 데, 그 양이 태아에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선량의 최소 25배에서 35배에 이른다고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밝히고 있다.
당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생체 실험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는 현재까지 정확히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중 생체 실험을 한 일본의 731부대. 그리고 전쟁이 끝난 3년 뒤 교토에서 이뤄진 학술(?) 목적의 뢴트겐 불임 실험 의혹….
3월 28일 실시된 '강제 불임 수술' 관련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피해자 중 한 명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결혼도 할 수 없고, 애도 나을 수 없었죠…. 만약 16살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제 인생을 되돌려 받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재판정에서 "당시 합법적으로 시행된 사항"이라며 청구 기각을 요구, 사죄와 보상을 거부하는 등 여전히 어두운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