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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귀신들
게시물ID : mystery_8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4
조회수 : 414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05 09: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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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긍익(李肯翊 1736~1806)이 지은 책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기괴한 모습을 가진 귀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 내용들은 대략 이렇습니다.


조선 초기의 학자였던 송희규(宋希奎 1494~1558년)는 어린 시절, 도형(都衡)이란 사람에게 글을 배웠는데 아침에 도형을 찾아 갔다가 저녁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송희규는 보통 때처럼 도형에게 글을 배우고서 밤중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길가의 소나무 숲에서 어떤 할머니 한 명이 나타나더니 꼭 옛날부터 송희규를 아는 사람처럼 “송씨 집안의 희규 도령, 나를 좀 보시오.”라고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물론 송희규는 그 할머니를 전혀 몰랐고 본 적도 없었지만, 그녀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인가?’하는 호기심이 들어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송희규의 앞으로 다가섰는데, 잠시 후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할머니의 몸에서 얼굴만 서서히 커지더니 나중에는 그 얼굴이 몸보다 더 커져서 잔뜩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얼굴이 갑자기 몸보다 커지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으므로, 송희규는 그 할머니가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고 여겨서 재빨리 그녀를 향해 달려가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헌데 할머니의 몸은 점차 사라지면서 얼굴만 남은 채로 송희규를 계속 노려보았다고 전해집니다.


얼굴만 커진 채로 남은 이 귀신의 이름이나 다른 특징들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의 삼국시대 오나라에는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괴인 비두만(飛頭蠻)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비두만과 비슷한 종류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송희규는 귀신을 직접 보고도 별다른 해를 입지 않았지만, 다음 사람인 성운(成雲)의 경우에는 매우 운이 나빴습니다. 성운은 귀신을 보고 놀라서 죽었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본래 성운은 중종 임금 시절, 개혁 정치를 부르짖던 조광조와 그 일파들을 잔인하게 숙청한 기묘사화의 주역인 남곤과 심정에게 달라붙어 지금의 국방부 장관인 병조판서와 경상도 도지사인 경상 감사 같은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행복하게 보여도 성운에게는 매우 기이하고 불길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낮잠을 자다가 그만 ‘가위’에 눌린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가위’란 머리로 생각은 되는데 갑자기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통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겪는 현상인데, 성운이 그런 가위에 걸린 것으로 보아 그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았던 듯합니다.


여하튼 가위에 눌린 성운은 머리나 팔과 다리가 없어진 기괴한 모습을 한 귀신들이 자신의 좌우에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나 놀라서 겁을 먹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가위에서 깨어난 후에도 성운은 눈만 감으면 그 귀신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바람에 무서워 벌벌 떨다가 그만 열흘 후에 죽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성운이 기묘사화에 참가하여 죄없는 사람들을 죽인 데에 따른 죄의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가, 그 기묘사화로 인해 머리나 팔과 다리가 잘려 죽은 사람들의 귀신을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려실기술에 언급된 세 번째의 기괴한 귀신 이야기는 탁탁귀(啄啄鬼)라는 이름이 알려진 귀신에 대해서입니다. 이 탁탁귀는 조선의 인조 임금이 청나라 군대에게 무릎을 꿇은 병자호란 직후, 한양에 나타났다고 전해집니다. 60만 명의 백성들이 청나라 군대한테 잡혀가고 국토의 절반이 초토화되어 민심이 매우 흉흉했던 무렵, 한양의 밤중에 갑자기 “탁탁귀(啄啄鬼)가 있다!”라는 뜬소문이 퍼졌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울부짖고 그 중 일부는 조총을 쏘거나 아니면 쇠로 만든 그릇을 때려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온 한양이 소란법석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심지어 “청나라가 다시 쳐들어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고, 이에 조정 대신들이 서둘러 왕이 있는 대궐로 달려가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국가 비상 사태를 대비하여 긴급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다행히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의 재침은 없었습니다.


탁탁귀의 이름만 전해지고 그 형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탁탁귀가 나타났다는 소문만으로도 사람들이 겁에 질려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을 본다면 탁탁귀는 사람들을 겁주어 놀라게 하는 힘을 가진 귀신이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출처 http://blog.daum.net/timur122556/1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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