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 장인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받아 시작한 차TEA 만들기 가업. 그저 묵묵히 만드는 일에 열정을 쏟는 것도 좋지만
1년에 딱 한 철,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 오직 그 때, 모든것을 걸고 만드는 차도 좋지만 그 이외의 시간 무얼하며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이리저리 강연도 다니고, 차 마시고 싶은 사람 초대해서 차도 달여주고, 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얼어붙는 경기 탓인지
해가 바뀌면 눈에 띄게 소비자들 어깨도 움츠려들더군요. 고급 수제차는 시장이 작아 특히나 그런 듯 합니다.
예로부터 장인은 귀족이, 나라가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장인이 되고픈 나의 꿈도 그렇게 속절없이 끝나버리는 걸까요.
차가 아무리 고가의 기호식품이라 해도 나의 꿈이, 부모로부터 이어 내려 온 이 훌륭한 기호음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자다가 벌떡하고 일어나곤 합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소비는 더욱 움츠려들 미래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차는 생각보다 훌륭한 식품입니다. 건강을 위한 음료라는 이미지 외에도 무언가 가만히 생각을 돕는데도 한몫 하는 음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던 사람을 대상으로 외치는 일 보다, 차와의 첫만남이 좋지 않았거나, 아직 차를 접해보지 않은 문화인들에게
차 주변의 흩어진 이야기들을 전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차를 만들지 않는 시간, 차를 대접하지 않는 시간 그래서 공부하고 글을 씁니다.
이 방송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차 전문 방송이 아닌 까닭으로 차 얘기만 하지도 않습니다. 차를 마시며 으레 할 법한 생각들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저는 이 방송의 여섯 번째 클로징, 마지막 5분을 가져왔습니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고 한 생각들입니다.
그저 하루의 마지막을, 아니면 조용히 흘러가는 여유로운 한때를 가끔은 저의 목소리로 채워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이 방송은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드는 차를 소개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유는 스물 여섯부터 하루를 마무리하는 좋은 친구였습니다. 오유를 만드는건 유저들이었고, 저는 아무래도 괜찮은 맴버는 아니었던 듯 싶네요.
눈팅만 했으니까요. 좋은 글도, 좋은 소스도 날라본 적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왠지 어깨가 축 쳐지는 오늘
이 글을 쓰며 또 다시 힘내 보자 다짐해 봅니다. 모두들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