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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oju_46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똘이장군♡
추천 : 2
조회수 : 2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29 23:36:34
황망하게 떠나버린 당신의 영정앞에 오시는 분들마다 말씀하셨대요.
 "나 토요일에 만났는데 어쩌다 이러셨다냐"  "토요일에 연락했는데 어쩌다가..아이고.."  
그러게 말입니다.. 
토요일에 제 가게에도 오셨었는데요.. 
오셔서 의미없는 담소 몇마디 하시고선 
오빠네 가게가서 커피한잔 조각 케익 한개 드시고 무슨 내용을 얘기를 했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시답잖은 얘기를 저와, 오빠랑 주절주절 나누다가, 단풍놀이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과 사돈 어르신 사이에 가뜩이나 좁으신 어깨 더 좁게 쭈그리신채 
앉아서 재미없는 표정 지으며 계신걸 봤는데 
왜 그리 쓸쓸해 뵈던지.. 
씁쓸하게 지켜보다 볼일 있어 저는 제 일터로 돌아갔지요. 
금방 돌아오니 함께 식사 하자는거 거절하고 
피곤 하시다며 가셨다대요.
전 인사도 못드렸는데.. ...
근데 여기 저기 물어도 일요일에 외삼촌과 연락했다는 분은 없습디다.. 
토요일에는 홍길동마냥 여러 곳에 나타나시곤, 
일요일엔 혼자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늦잠을 주무시고 늦은 아침을 홀로 단촐히 드셨을 테고..
리모컨으로 재미없는 TV프로들을 여기 저기 돌려보시며 어둑어둑해진 창밖을 보며 문득 허기를 느끼시고는 아침에 드신 찌개를 다시 데워 대강 한끼 더 때우고 마신건 아닌지요... 
일생 한번 궁금해하지 않던 삼촌의 일요일이 궁금 해졌습니다. 
남기고 가신 휴대폰 통화 목록을 뒤졌습니다. 
일요일에 차라리 통화기록이 많이 남아있길 바랬습니다. 
"싸가지 없는 것들~느그 말고도 만날사람 많아야 나 바쁜사람이여" 라고 보기좋게 비웃으시며 
보란듯이 저를 놀려주시길 빌어가며 찾은 일요일의
 통화목록은 27초간의 잘못걸린게 아닌가 싶은 
영상통화 목록 한 줄 뿐이네요.. 
하루종일 삼촌을 찾는 눈에익은 번호 하나가 없드만요..
잘못걸린 전화한통이 다였어요..
바쁘게 여기저기 찾아 다니셔야 하루를 쓸쓸 하게 보내지 않으실 수 있다 여기셨을까? 
당신께서 움직이실 체력이 없는 휴일엔 다른 이들의 연락을 기다리셨을텐데 이 매정한 조카년마저도 전화한 통 드리지 못한채 외로운 휴일이 가고 
모두가 바빠지는 월요일 아침.. 
이 무심한 조카년은 뭐하나 해보지 못하고 눈앞에서 멍청하게 가만히 곁에서서 삼촌을 떠나시는걸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죄스러운건 삼촌께서 당신의 삶이 쓸쓸하다 느끼시는걸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자주 해드리지 못함입니다. 
삼촌의 그 상처 많고 굳은살에 검은 기름때가 묻은 손을 놀리고 지적할뿐..
힘드시죠? 한번 어루 만져드리지도 않아놓고선 
차갑디 차가워 져서야 어루 만져봤네요.  
하루종일 쭈그려 앉아 일하시다 뭉쳐진 다리좀 주물러달라시면 투덜거리면 열서너번쯤 쭈물쭈물 
한 주제에 차가워진 발이 따뜻 해져야 저 세상 안가시지나 않을까,
용접불꽃에 구멍숭숭 나있는 허름한 양말에 싸여있는 앙상한 두 발을 힘껏 주물거려 봤네요..
 "가시내 새끼 오바하고 자빠졌다" 하시진 않으셨죠? 
 그간, 아니 긴 시간 서운하셨죠..?  
삼촌께서 사랑해 마지않으시던 이 나쁜 조카 년은 제 일에 바빠 하루종일 전화 붙들고 사는 직업임에도 그 하루 동안에는 전화 한통 할 1분도 없었나봅니다.
 차가운 삼촌 볼을 그냥 어루 만진들, 삼베 버선에 싸인 자그마한 발을 어루만진들, 곱게 포개어진 손에 얼굴 묻고 품에 안아 본들, 삼촌은 매정하게도 돌아오시지를 않네요. 
형제분들 다 제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곁에 제일 먼저 자리 차지하고 누우시니 좋으십니까? 
역시 부모님이 제일 예뻐 하는건 본인이시라고 특유의 꺽꺽 웃음소리 크게 내시며 박장대소 하시고 계십니까? 
예, 맞습니다.  
태어나신 날 할머님이 새벽녘에 남들보다 굵은 고추를 금줄에 걸어 어느 집보다도 장대 높이 세우게 만드셨다던 이씨집안 귀동이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두 어르신이 어찌나 사랑하시믄 이렇게 서둘러 데려 가셨겠습니까.. 
두분 품에 안겨서 힘든일 집어치우고 더이상 쓸쓸한 하루하루를 안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립고, 죄송하고, 안타깝고, 부끄럽네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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