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방정식1/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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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한 남자가 자꾸만 나를 따라오는거야. 언제부터였는지 몰라.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지. 내가 그렇게 절색도 아니고, 뭐 물론 혐오스러울정도로 보기 그런건 절대 아니고, 그냥 몸매가 쪼끔 거시기하고, 아 아니 오해는 하지마. 그건 아니야.
그게 뭐냐구? 에구 다 알면서, 거 뭐냐 S라인인가 뭔가 하는거 그거 있잖아. 그건 아니라는거지. 아 그렇다구 완전 그거는 아니구. 그래도 지나가면 눈 길 한 번씩은 주는 정도? 아니 어쩌면 이건 나만의 착각인지도. 내가 좀 남을 의식하는 성격이라서.
왜 그런 사람있잖아. 공황장애인가 뭐 그런거. 거기까지는 아니더래도, 그 이웃사촌정도는 되거든. 암튼 좀 괴로운 성격이야.
이 성격 뜯어고치려고 별 짓을 다했는데, 안 돼네 안 돼. 집에서 아무리 소리지르고 연습을 해도, 앞에 만 가면 모기소리야, 한 대 얻어맞은거처럼 띵~ 하고 별이 보여.
그리고 특징적인거 한 가지. 얼굴에 뭐 아주 크지는 않고, 좀 보기거시한 크작은 점이 있다는 거 정도. 뭐라구? 크작은이 뭐냐구. 크면 크고 작으면 작은 거지 그건 뭐냐구? 아 대충 이해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어찌됐거나 지금 중요한건 나에게 스토커가 붙었다는거야. 바로 이점순에게. 그래 내 이름은 이점순이야. 너무 촌스러워 여러번 개명하려고 했는데, 그 거 있잖아. 이름이 막가야 잘산다는 어른들이야기. 그래서 옛날 이름에 개똥이도 말똥이도 있고 그런거 아니야.
어쨌거나 그 문제의 놈을 어떻게 떼어 놓을까. 그게 걱정인거야. 일단 놈이 왜 따라다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야지.
오늘은 꼭 그 이유를 밝혀내고야 말거야. 매번 놓치고 말았거든. 사실 놓쳤다는 표현보다는 내가 은근슬쩍 도망다녔지. 그런데 가만 보니 내가 왜 도망다니나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죄지은 건 놈...아니 남인데, 녀가 왜 도망다니는거지? 아무리 녀가 그렇다쳐도. 뭐가 그렇다치냐구? 아무래도 녀가 상대적으로 좀 그렇잖아, 알면서 그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러냐구?
아무리 강산이 열두번 열백번이 바뀌어도 녀는 녀고 남은 남이지 뭐. 남녀관계의 미스터리한 수수께끼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야.
얼마전 남조카가 그러더라구. 밤 12시 넘어 전철에서 내렸는데, 자기는 그냥 걸어가는데, 앞서 가던 아가씨들이 막 뛰어 가더라는거야.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보니 조카를 의식하며 서둘러 마구 뛰어 가더래. 한 아가씨는 결국 넘어져 절둑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기다시피해서 가는데 참 그랬다는거야.
날씨도 춥고, 조카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뛰었더니, 그 여자들이 깜짝놀라 더 빨리 뛰더라는거야. 그래서 자기는 그냥 아주 천천히 걸어 왔다고 하더라고. 그래 바로 그런거야. 아직은 세상이 그렇거든. 물론 녀가 남을 뭐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뭐가 뭐냐구? 에구 다 알면서.
자 어디 한번 슬슬 나가볼까. 근데 왜 나가냐구? 에구 방금 설명했잖아. 남을 유인하는거야. 은근슬쩍 모른척 판을 까는거지. 생전 치마라고는 담을 쌓고 사는 녀이지만, 오늘은 치마도 챙겨입고, 화장도 좀 하고 그랬어.
입술도 좀 뭐하게 처리를 하고 거울 보니, 와우 입술이 쥐 뜯어 먹은거같아.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지우고, 좀 가라앉은 톤으로 뭔가 상큼하면서도, 분위기있게 다시 처리하고, 출발했지.
간만에 치마를 입고 나왔는데, 날씨는 왜 이리 추운건지. 발을 동동 구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힐끗 힐끗 은근슬쩍 주변을 살피며 걷고 있는데....왠일이지?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거야. 혹 눈치를 챈 걸까? 스토커니 머리가 나쁘지는 않을거 같은데. 또 녀에 대한 사전 지식도 있을꺼고.
추운 날씨에 이게 뭔 짓이람. 갑자기 우울감 급상승. 아이구 녀 팔자야.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보호장비없이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는 것 만큼 힘드는 일이야.
날개 없이 저 하늘을 나는 것 만큼이나 어려워. 튜브없이 저 바다 한 복판에서 살아남기보다 더 어려워. 한없이 가녀린 이름. 그대 이름은 여자.
그렇게 신세한탄만 허벌떡 해가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데, 근데 참 기분이 묘하더라고. 남이 쫓아올 땐, 이상하게 은근 스릴이랄까 뭐 좀 그런거 있잖아. 은근 내가 좀 생긴게 되나. 나한테 끌리나 뭐 그런 생각이 은연 중에 조금, 아주 조금 있었던거 같아.
이상하게 남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니, 왠지 허전하네. 아니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말고. 솔직한 한 마디 하는거야.
우리 사이 뭐 못할 말 뭐 있어, 서로 얼굴도 몰라, 성도 몰라 이름도 몰라. 그냥 다 까도 되는거 아냐. 그리고 사실, 남이 좀 생긴게 은근 되거든. 뭐가 되냐구? 에휴 뭐 그런거 있잖아, 그게 좀 된다구.
암튼 그렇게 터벅터벅 맥없이 걸어가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털썩! 잡는거야. 아이구 짬짝이야. 정말 십년감수. 뒤돌아보니....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