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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피자 이야기 보고 생각나는 나의 소울푸드
게시물ID : cook_934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인과옥탑방
추천 : 10
조회수 : 788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4/05/15 17:32:00
제가 어렸을 때 저희집은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고 같이 살던 가족들도 모두 하던일이 잘 안되서 뿔뿔히 흩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에 제가 먹던 밥상의 무게도 점점 줄어들었죠. 

라면 조차도 너무 비싼 음식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반찬은 나물 2종류에 멀건 국 하나 이런 식이었습니다.


간식이라고는 꿈에도 못 꿀 제 어린시절에 제가 유일하게 간식으로 먹었던 것, 마치 소울푸드 처럼 제 혀와 뇌리에 맺힌 그것은 바로 '소금'입니다.

학교를 다녀오면 항상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서 먹을 것을 찾다보면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 안에는 식은 밥과 나물 김치가 전부였습니다. 그 마저도 저녁시간이 되면 먹어야 했기에 감히 손도 못대고 찬장을 뒤지다가 발견하는 것은 소금.

소금을 종지에 조금 털어넣고 손가락 끝으로 꼭꼭 찍어 먹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먹다보면 짠맛이 너무 강해서 좀 쉬었다가 먹고 좀 지겹다 싶으면 후추를 조금 같이 섞어서 먹곤 했습니다. 당연히 짠맛 때문에 물을 벌컥벌컥 마시게 되면 그렇게 배가 차는 거죠.

이게 요즘도 소금을 조금 찍어먹으면 이상하리 만치 너무 맛있습니다. 고깃집 같은 곳을 가면 소금장 2~3개는 기본으로 비웁니다.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나트륨 중독이라는 말도 있던데 평소에 그렇게 짜게 자주 먹는게 아니라 가끔 그냥 소금을 톡 찍어먹으면 살짝 비린 맛과 함께 감칠맛이 나서 두어번 더 먹게 되더라구요.

요즘 나오는 맛소금은 또 이상하게 날카롭기만 하고 맛이 없어서 좀 이름있는(?) 소금을 보면 종종 씹어먹기도 합니다. 


이제 다 커서 소금으로 배를 채우는 일이 없지만 아직도 그 때 그 어린나이부터 가난을 알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아 우리 부모님이 정말 많은 것들을 희생해 주셨구나, 내가 그 시절 어머니 아버지께 과자하나 빵하나 먹고 싶다고 울고 보채지 않았던게 부모님을 덜 힘들게 해줬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해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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