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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95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각소리★
추천 : 2
조회수 : 19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4/23 17:28:12
봄밤이 부르길래 / 곽종희
꽃 져버린 밤길을 걸었습니다
길모퉁이 쓸려 모인 꽃 무더기
꽃이었다는 기억조차 없이, 색 바래가고
화들짝 왔다 간 자리 상처 아물 듯
다른 꽃들 채워 주었습니다
계절 가듯 꽃처럼 간 그대
빈자리 새잎 돋을까요
못 내 위로하듯
이팝꽃 수북 피었습니다
세월 가도 수수꽃다리 향기마냥
설핏설핏 스치는 그대의 향기
기억 향낭에 고이 간직했습니다
가로등 아래에서 시를 읽는 밤
시 같은 그대의 슬픔이
봄바람 되어 떠다니면
푸른 달빛 그늘 속에다
이 마음 몰래몰래 숨겼습니다
그대가 머물던 시간의 안쪽이
나의 텅 빈 동공 속을 적셔오면
어둠 먼저 일어서는 저 먼 길
소실점 같은 봄의 종지부를 찍고
하현으로 기우는 달밤
여전히 그대도
아득히 젖은 기억 속을
적막 되어 걸어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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