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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헌인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의하면, 일본 역사상 최초의 임금(일왕)은 태양의 여신인 아마테라스의 후손인 진무(神武)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 문헌에 보면 진무 임금은 처음부터 일본 전체의 임금이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일본 서부 지역인 규슈의 북쪽인 다카치호노미야(高千穗宮)만을 다스렸으며, 무기를 가진 군대를 이끌고 동쪽으로 원정을 하여 토착 세력들을 정복하여 차츰 영토를 넓혀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진무 임금은 가시와라를 도읍으로 하여 일본의 첫 번째 임금이 되었습니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이때가 음력으로 기원전 660년 2월 18일이며, 양력으로 계산하면 2월 11일인데 1872년부터 매년 이 날을 일본의 역사가 시작된 기원절이라고 하여 국경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진무 임금에 대해 숭상하는 시각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882년 민권 운동가인 오오바(大庭成章)는 “진무 임금은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 와서 일본을 빼앗은 큰 도적이다!”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오오바의 말이 다소 지나친 듯하지만,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내용을 놓고 본다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실 <고사기>와 <일본서기>에서 묘사된 진무 임금의 동방 정복은 외국인이 낮선 땅인 일본에 쳐들어와서 토착 세력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신격화한 것이라고 얼마든지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 일본 역사학계에서도 진무 임금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일반적인 통설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서기에 의하면 진무 임금은 기원전 660년에 즉위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무렵 일본에는 역사를 기록할 도구인 글자가 없었습니다.
일본에는 서기 5세기에 백제의 왕인 박사가 방문하여 중국의 글자인 한자를 가르쳐 주기 전까지는 아예 글자가 없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무 임금의 저 동방 원정 기록은 기원전 660년 무렵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훨씬 후대에 와서 기록된 것이기에 도대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아울러 고고학적인 발굴 결과로 보아도 기원전 660년 무렵의 일본에서 체계적인 군대를 갖추고 정복 전쟁을 벌일 만큼의 체계를 갖춘 국가 조직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일설에 의하면 진무 임금의 동방 정벌에 등장하는 내용들 중 대부분은 일본의 15번째 임금인 응신(應神) 시절에 있었던 동방 정복의 내용들을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도 합니다.
출처 | 일본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44~46쪽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73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