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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가을 입구 (곽종희)
게시물ID : lovestory_957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각소리
추천 : 3
조회수 : 16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0/20 15: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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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가을 입구 / 곽 종 희



풋내나던 여름의 언저리 지나 
기다림의 굴레 쓴 가을 훌쩍 다가섰다

글쎄,
삶을 이끌어가는 유일한 굴대가 가을날의 이런 출처 없는 그리움 아니었을까
이제 나무들의 줄기에서도 수액을 빨아 올리는 물소리 나지 않는다

세월의 끈 아무리 매어 두려 한들 무엇하랴
고통은 깊고 연민은 얕은 것
마음속 벽의 액자 속 몇 줄 시로 남아있는 이름,
햇볕 쨍쨍한 수면의 물비늘처럼 아련하다

이 공간에 떠있는 더 깊은 적막마저 
사랑하고픈 비밀한 샤머니즘 
푸른 하늘과 바다 나를 긴장시켰다

예고된 계절풍 하늘에 가득 차 있고
생성되고 분출되는 이 청량한 바람 앞에
끝내 허무의 풍선 같은 터짐으로 남는다 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 라는
싯귀 한 구절 기억하기에

불꽃 같은 이름도 생각하였다

화살나무 그 생각 읽었는지, 짐짓
모른 체 낯 붉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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