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입구 / 곽 종 희
풋내나던 여름의 언저리 지나
기다림의 굴레 쓴 가을 훌쩍 다가섰다
글쎄,
삶을 이끌어가는 유일한 굴대가 가을날의 이런 출처 없는 그리움 아니었을까
이제 나무들의 줄기에서도 수액을 빨아 올리는 물소리 나지 않는다
세월의 끈 아무리 매어 두려 한들 무엇하랴
고통은 깊고 연민은 얕은 것
마음속 벽의 액자 속 몇 줄 시로 남아있는 이름,
햇볕 쨍쨍한 수면의 물비늘처럼 아련하다
이 공간에 떠있는 더 깊은 적막마저
사랑하고픈 비밀한 샤머니즘
푸른 하늘과 바다 나를 긴장시켰다
예고된 계절풍 하늘에 가득 차 있고
생성되고 분출되는 이 청량한 바람 앞에
끝내 허무의 풍선 같은 터짐으로 남는다 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널 가지고 있다, 라는
싯귀 한 구절 기억하기에
불꽃 같은 이름도 생각하였다
화살나무 그 생각 읽었는지, 짐짓
모른 체 낯 붉히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