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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드리는 꿈(15-1)
게시물ID : lovestory_958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0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2/05 11: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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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그대에게  드리는 꿈


    15. 북소리(1)



 8월 13일이 시작되는 자정이 막 지난 시각, 헌병들이 탄 두 대의 차량이 총독궁을 향해 달려와 정문 앞에서 한 남자가 차에서 뛰어내렸다. 강성종이었다. 신분증을 확인한 보초병들이 경례를 올려붙였다.

 “당직사관은 어디에 있나?”

 날카로운 강의 고함소리에 뛰어나온 소좌는 자던 중이라 아직 정신이 제대로 든 것 같지 않았다. 강의 신원을 확인한 소좌가 경례했다.

 “지금 경계태세를 점검하러 왔다. 소련군은 원산을 향해 진격하고 있는데 저 두 놈은 모두 졸고 있었다. 귀관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닙니다. 저희들은 졸지 않았습니다......”

 보초병들이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차에서 내려 있던 헌병대위 복장의 마동주가 둘의 따귀를 사정없이 올려붙였다.

 “이새ㅇ들이 거짓말까지 하네. 전시에 보초를 서면서 졸아, 총독 각하 관저에서 경비병놈들이? 안 되겠어. 전병력 집합시켜! 지금 당장! 본관이 정신무장을 다시 시키겠다.”

 “그래도 시간이 너무......”

 “이새ㅇ가...... 그러면 네가 제대로 해야 될 거 아니야, 이새ㅇ야!”

 강이 소좌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왜군 병사들이 투덜거리며 막사에서 나왔다. 차에서 내린 헌병복장의 의열대원들이 꾸물거리는 병사들을 마구 걷어찼다. 50명쯤 되는 병사들을 5열 횡대로 서게 했다.

 “전원 엎드려 뻗쳐! ”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는 강의 서슬에 병사들이 재빨리 엎드렸다. 

 “너도 엎드려, 새ㅇ야!”

 강의 명령에 소좌가 엎드리고 있었다. 그 사이 마동주를 포함한 의열대원들이 총을 뽑아 들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놀란 소좌가 반쯤 엎드린 자세로 물었다. 강이 소좌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우리는 대한광복군이다. 고개를 드는 놈은 골통에 구멍이 난다. 가만 있으면 살려준다.”

 뒤이어 트럭을 타고 온 청년단원들이 왜군 병사들을 결박했다. 무기고 열쇠를 빼앗아 청년단원들에게 넘겨준 강은 각 초소에 있는 보초병들도 무장해제시키도록 이르고, 마동주와 의열대원 몇과 함께 소좌를 앞세우고 총독의 관사로 들어갔다. 관사 안에 있던 경비병 둘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진해서 총을 던졌다.

 침실에서 끌려나온 아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자들인가?”

 “우리는 대한광복군이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아베가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지금 여선생과 협상 중이야!”

 “ㅇ까는 소리하지 마, 개새ㅇ야!”

 김정달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내달을 기세였다. 마동주가 말렸다.

 “여운형 선생님이 협상에 응한 것은 우리의 오늘 거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너희놈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나? ”

 무릎 꿇린 소좌의 목을 강성종이 손칼로 후려쳤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소좌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숨이 끊어졌다.

 “반인간행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사형!”

 판사가 선고하듯이 김정달이 말했다.

 눈앞에서 소좌가 죽자 아베는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그런 아베에게서는 자신은 영원한 군인이라고 큰소리치던 전직 육군대장의 모습은 없었다.

 아베를 김정달과 함께 경성방송으로 보낸 강성종은 마동주와 함께 빼앗은 무기를 옮겨 싣고 조선군사령부로 향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군사위원회에서 제일 고민한 것이 그것이었다. 왜놈들이 죽기 살기로 나온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일인데다가 승리를 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잘 무장한 군인들과 맨손이나 다름없는 어설픈 인민들이 전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총독은 별 피해없이 확보했다 하더라도 조선군 사령부는 달랐다. 최소 병력만 남았다고 해도 아직 30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같은 화력이라 해도 공격하는 쪽이 3배는 돼야 겨우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광복군은 지금 총독궁에서 빼앗은 것을 합해도 기껏해야 소총 500정과 수류탄 백여 개와 성능을 장담할 수 없는 사제 폭탄 몇백 개가 전부였다. 인원은 훨씬 많다고 해도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사람들로 각종 대포와 장갑차, 전차로 무장한 적을 어떻게 제압한단 말인가. 담장이 높아 기습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기범 같은 이는 담장 위 망루의 보초병들을 제거하고 난 뒤, 모두 달려들면 담장이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을 하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였다. 담장이 넘어간다는 보장도 없지만 설령 담장이 넘어가면 또 어쩌자는 것인가. 담장이 무너져 이쪽이 고스란히 노출돼 버리면, 그때 왜군들이 기관총이며 대포로 마구 갈기면 어쩌겠단 말인가. 몰살하기 십상이었다. 아무리 죽기를 각오했대도 그건 너무 무모한 짓이었다. 더군다나 조선군사령관 고즈키는 쉽게 항복할 자가 아니었다. 배짱도 대단하다고 했다. 강성종이나 마동주, 이강욱이나 김재관은 진작에 상황을 적절히 활용한 담판이 아니고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의열단장 서태문도 공감하고 자신이 담판에 나서겠다는 것을 말리고 대신 류청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조선군사령부 정문에 도착한 것은 2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비상사태에 관해서 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 있다고 둘러대고 위병장교인 대위를 앞세우고 영내에 있는 사령관의 관사로 향했다.

 자고 있던 고즈키가 거실로 나왔다.

 “새벽에 무슨 일인가?”

 “우리는 대한광복군이다!”

 단도직입적인 마동주의 말에 놀라 총을 뽑으려는 위병장교를 임창식과 최명원이 간단하게 무장해제시켰다. 고즈키는 별로 놀라지도 않고 자리에 앉았다. 과연 대단한 배짱이었다. 마동주가 고즈키와 마주 앉았다.

 “그래, 원하는 게 뭔가?”

 “항복하라! 어차피 왜국은 패망했다!”

 “안 될 말! 우리는 옥쇄한다!”

 “누구를 위한 옥쇄인가?”

 “우리는 군인이다. 천황폐하와 대일본제국을 위해서 죽는다!”

 “그게 군인의 도리인가? 군인의 도리란 국가와 국민을 적의 위해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닌가? 침략전쟁에서 패하면 다 같이 죽자고 하는 것이 군인의 도리인가?”

 “우리는 명령에 따른다!”

 “명령? 명령이라면 다 따라야 되는가? 그러면 저 대위가 졸병에게 당신을 쏴죽이라고 명령하면 그 졸병은 따라야 되는가, 명령이니까? 그러면 졸병에겐 죄가 없는가, 명령을 따랐으니까?”

 “......”

 “이거 보시오!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 군인이오! 부당하고 불의한 명령도 무조건 복종하는 게 아니라 그런 명령에는 저항하고, 바로 잡으려고 목숨을 거는 것이 진짜 군인이오! 그런 명령에도 무조건 복종하는 것은 깡패들이나 하는 짓이오! 보시오! 당신이, 당신 같은 가짜 군인들이 결국 당신네 왕을 죽게 만들 거요! 연합군이 당신네 왕을 전범으로 기소하지 가만 놔두겠소? 비단 태평양전쟁뿐만이 아니오. 오래 전부터 하지 말았어야 될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을 당신이, 당신 같은 가짜 군인들이 부당하고 불의한 명령을 핑계삼아 감행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오!”

 “......”

 고즈키는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마동주의 눈짓으로 류청이 고즈키 앞에 섰다. 

 ”이분은 팔로군 포병사령관 류청 장군이시오.“

 서로  만난 적은 없으나 전설과도 같은, 박격포 만으로 국민당 군대의 포병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류청 장군의 명성은 고즈키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고즈키는 같은 군인으로서 예사롭지 않은 눈빛의 류청 장군을 바로 알아보았다. 

 “이제 내가, 대한민국 광복군의 장교인 내가 당신에게 진짜 군인이 될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지금 밖에는 8천 명의 우리 병력이 대기하고 있소. 20문의 박격포는 무기고를 조준하고 있소. 나를 죽이면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오. 그러면 당신의 부하들은 다 죽게 될 거요. 그러나 항복하면 모두 살게 될 거요. 총독은 우리가 이미 잡고 있소. 조선에서의 전쟁을 끝내느냐 마느냐가 이제 당신 손에 달렸소. 자, 나를 죽이든지 전쟁을 끝내든지 결정하시오! 내 뒤에는 죽기를 각오한 3천만 우리 동포가 더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마동주가 자신의 권총을 장전해서 고즈키의 손에 쥐어주었다. 고즈키가 마동주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임창식과 최명원이 놀라서 총을 뽑으려는 것을 강성종이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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