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이 화이트 데이라서
어머니께 츄파츕스 원통형 팩에 든 거로 사다드린 후
그 중
몇개를 얻어 하나를 입에서 오물오물 하다가
살짝 이에 닿기만 했는데
팍 소리와 함께 와장창 깨져버리는 츄파춥스
그 순간
약 15년전 무술소년꼬망에서 본
어떤 크고 단단한 바위일지라도 제일 약한 부분에 힘을 주면
쉽게 부술 수 있다던
도사님의 말씀
그래
어쩌면 우리가
이 거친 풍파와 함께 함에도
으스러지지 않고 꿋꿋이 버틸 수 있는건
자신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숨길 줄 아는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타인에게도 있을 그 부분을
알게 모르게 스치듯 건듦으로 인해
그 사람에게
아픔이 되진 않았을까
슬픔이 되진 않았을까
그이는
장에 담겨 밥도둑이 되고
그
밥도둑을 밥상에 올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오늘 나는 츄파춥스를 사며 떠올리지 못 했다.
아 간장게장
이렇게나 사무치게 땡긴 날이 있었던가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한 숟갈 베어 물었던 그 진한 그이의 풍미를
그 새하얀 배딱지에 새겨진 순결한 의미를
화이트 데이에서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