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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경기도지사 출마의 의미
게시물ID : sisa_827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0
조회수 : 7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0/05/13 23:45:06
개인적으로 딴나라당을 악의 원흉이라 생각하는건 변함없지만 지금 가장 방해물이 되는건 역시 민주당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요 '노선'이란 것 조차 상실해버린지 오래고, 중요한 사안 하나하나 마다 어떠한 대안제시는 커녕 제대로 된 비판조차 못하며 오히려 딴나라당을 돕는 자폭질만 하고 있죠. 그러면서 2등에 만족하며 자기네 이권만 지키려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어쩔때 보면 정말 딴나라당이랑 뒷거래로 야합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입니다)

지난 대선 참패의 과정도 그러했거니와(그저 이명박은 나쁘다 나쁘다 말만 하면서 어떻게 나쁜지 제대로 증명도 못해내고 그런 이명박을 대신해 우리는 어찌 하겠다는 대안 제시도 못했죠) 그 이후의 행보도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무릇 대선에 참패해 야당으로 밀려난 정당이라면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것을 고치고 개혁할 생각을 해야 마땅할텐데, 이들은 상위 지도층들이 서로 자기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하며 꼬리자르기로 몇명만 날려버리고선 굳건하게 버티고 앉아 개혁세력들을 오히려 밀어내버렸습니다. 그 이후 딴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어긋난 길로 폭주하고 있는 것을 한번도 제대로 막아내질 못했죠, 아니 한번도 제대로 막으려 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폼이나 잡고 앉아 반대 시늉만 했을뿐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내걸고 제대로 된 반대를 한 적이 없었죠. 이런 자들이 제 1야당으로 당당히 버티고 있으니 그 아래에서 제대로 된 야당들이 힘을 펼칠수 없을 수 밖에요.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 대연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건 다름아닌 민주당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자리만을 의식하며 다른 야당을 이용해먹을 생각만 했지 제대로 된 연합을 할 생각이 없는 놈들이니까요.

이번 선거에서 유시민이 대구 지역에 출마하지 않았을까,를 예상한 분들이 많았고 저 또한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만 유시민은 의외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해버렸죠. 그에 대해 여러 평가들이 많은데, 사실 유시민 개인으로서는 대구시장 출마가 매우 좋은 정치적 한 수 였을 겁니다. 그 지역 야당 후보군에서는 유시민에 대항할만한 인물이 전혀 없기에 단일화 후보로 선출되기도 쉬웠을뿐더러 유시민을 지독하게도 싫어하는 민주당 입장으로서도 별다른 거부를 보이지 않았을테니까요.(한나라당 한 구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나쁠게 없죠) 게다가 대구지역 출마는 유시민에게 매우 '안전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선되면 더할나위 없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만에 하나 떨어진다고 해도 손해볼게 없는 장사거든요. 가뜩이나 노무현의 적자로 평가받고 있는 그가, 과거 노무현 전대통령의 부산시장 출마 행보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 자체로 오히려 차기 대선에서 대구시장 출마-낙선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건수가 될테니까 말이죠. 낙선 후 얼마간만 자중하고 앉아있었더라면 봐라 역시나 유시민이 노무현의 적자다!하고 당당하게 뽐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결국 유시민이 대구시장 출마를 하지 않은 것은, 당락에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포기해버린 것과 진배없습니다.

그렇다면 유시민이 그런 좋은 수를 놔두고 뜬금없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배경은 뭘까요?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민주당이 보유한 몇안되는 스타급 정치인 중 하나인 김진표였습니다. 서울만큼이나 중요한 지역인 경기도에서, 민주당의 대표 스타 플레이어에게 결투장을 내보낸 것... 이것만으로도 민주당은 펄쩍 뛰고도 남을 일이죠. 더구나 상대가 민주당이 그렇게도 껄끄러워하고 싫어하는 유시민이라니오..(이용해 먹을 수 있는건 다 이용해 먹고자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고 노무현 전통 서거 1주기를 맞아 노무현의 적통 흉내를 내고 싶어하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노무현의 위기때 등을 돌렸음은 물론 노무현 서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에 비해 자신의 정치생명마저 버려가며 노무현을 비호하다 결국 부활한 유시민이 곱게 보일리도 없죠. 더구나 노선이 달라 합쳐질 수도 없을 뿐더러 민주당 지도부에서 유시민이란 인간 자체를 혐오하니까요) 사실상 경기도지사 선거판에 유시민이 뛰어든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유시민은 경기도지사로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에 서울시장후보를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친노계인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예의를 말하며 경기도지사로 타겟을 옮깁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미 독자적으로 친노계열 정당을 창당한 자신과 달리, 그래도 민주당과의 의리를 지키겠다며 친노이면서 민주당에 남은 한명숙에 대한 예의는 지키되, 민주당의 또다른 스타 정치인인 김진표에게는 당당히 결투를 신청한다. 이것은 이미 노무현의 정신을 정통 계승한 것에 대해 친노계열을 결집시켜 세력을 키움과 동시에 반대로 민주당 자체와는 대결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즉, 방해만 되고 있는 제 1야당 민주당을 와해시키고 그 자리를 대신할 노무현의 정신을 이은 정통 보수계 정당으로서 거듭나겠다는 승부수이지요. 민주당이 발끈하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에 더해 유시민이 던진 또다른 '뜬금없는' 승부수들로 인해(유시민 펀드) 자신의 세를 여지없이 과시해주고 있었으니까 말이죠.

민주당이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온갖 태클을 걸어온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 얄미운 눈엣가시를 대체 어떻게 떨궈낼까 온갖 고민을 하면서, 일부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놈들은 유시민을 어떻게 잘 굴복시키면 유시민의 열성적 지지자들을 어찌 김진표로 모을수 있지 않을까 궁리도 했겠죠.(물론 이건 부수적인 전략일 뿐 유시민의 출마선언이 민주당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뒷통수 타격마냥 결코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이 와중에 -유시민은 정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입니다. 다만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바보같은 우직한 행보를 할 뿐이죠. 마치 노무현처럼- 만약 유시민이 좀 더 '약은 수'를 쓰려 했다면, 오히려 후보 단일화 합의를 오히려 미적미적 소음만 내면서 미루는게 본인에게 더 유리했을 겁니다. 민주당의 고집과 강압으로 인해 유일한 승리의 길인 단일화가 미뤄지고 있다고 보여지게 말이죠. 그리곤 아마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대화합을 이야기하며 본인은 후보를 사임하고 김진표 후보를 이번선거에 한해 돕겠다고 나서는 쪽이 훨씬 이득이 큽니다. 왜냐, 김진표가 김문수를 이길 가능성은 누가봐도 없는 상황이고 만약 패배한다면 그건 민주당에게 돌이킬 수 없는 대타격이 되거든요. 자기 이익만 챙길뿐 양보할 줄 모르던 민주당이 결국 상대 경선후보의 엄청난 양보에도 불구 패배하다... 거기에 민주당이 단일화를 미룬 탓에 뒤늦은 유시민의 합류에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이거야 말로 비록 경기도지사를 한나라당에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민주당에 돌이킬수 없는 타격을 입히는 동시에 유시민과 국참당에게는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정당으로서의 명예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방식이니까요. 야당으로서 여당을 밀어내고 야당 전체의 파이를 키우지는 못할 망정 야당을 위해 남아있는 파이 한조각에서 민주당의 몫을 줄이고 그것을 고스란히 국참당이 먹어버리는 방법 말이죠.

그런데.. 유시민은 그냥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경선에서 이길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고, 심지어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김문수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상당히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냥 끝까지 승부수를 밀어붙여버렸습니다. 이번 후보단일화에서의 극적인 승리는 국참당과 유시민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일일겁니다. 만에 하나 (그리고 사실상 꽤나 많이 불리한게 사실인) 김문수와의 대결에서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유시민은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고 말겁니다. 민주당은 보나마나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어 물을 흐려놓았다며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유시민에게 떠넘길게 분명할테니까요.

유시민은 왜 이렇게 '바보같은 선택'을 한 걸까요? 하긴 뭐 애당초 여기까지 와서 약은 수를 쓸 거였으면 경기도지사가 아닌 대구 시장 자리에 출마를 했을테지만, 왜 이렇게 우직하게.. 최후의 승부까지 밀고 가는 걸까요? 누군가는 그를 흉볼때 노무현 탈 뒤집어 쓰고 정치적 힘을 기르려 쑈를 한다고 욕하지만, 정말 그러려 했다면 너무나도 쉬운 길을 놔두고 왜 아무도 몰라줄 이런 힘든 승부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걸까요? 이기든 지든 이득보는 장사를 놔두고, 그냥 한번 양보하는 척 했으면 공으로 낼롬 큰 이익을 봤을 방법도 놔두고, 결국엔 이겼을 경우엔 조금의 이익이.. 졌을 경우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절체절명의 승부까지 밀고 온 이유가 대체 뭘까요.

요즘들어 말도 안되게 까다로워진 선거법을 제가 위반하면 안될테니(악법도 법이잖습니까=ㅅ=) 제 개인적 평가를 배제하고 객관적 시각에서 평가하겠습니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적자입니다. 말 그대로 노무현의 살아있는 사상 그 자체에 다름아닙니다. (아, 전 결코 노무현이 옳았다고는 절대 적지 않았어요?)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각각의 주관적인 평가가 어떠하느냐와는 별개로, 유시민이 노무현을 단순히 이용해 먹는 다는 말은 절대로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노무현을 말그대로 정통으로 계승한 노무현 정신 그 자체입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길을 놔두고 굳이 정정당당해야겠다며 세상 기준에서 얼핏 어이없어 뵈는 '목숨을 건 승부'의 길을 가는 그 정신 말입니다.

이 바보 정치인의 이번 승부수가 과연 어떤 결말로 끝이 날지, 그래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매우 흥미롭게 생각이 됩니다.(제가 이 글을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려고 쓴거라 생각하진 마세요. 제가 쓴 글들 보면 제가 어느 정당-절대로 당선되기 힘들 정당ㅠㅠ-지지하는지 뻔히 알 수 있을테지만 개인적 선호를 기술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유시민의 행보를 평가하려 적은 글일 뿐입니다. 게다가 전 경기도민도 아니라 정작 도지사 선거에 투표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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