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바쁘다가 오늘 일이 음스므로 음슴체
친구와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내가 늦어 평소 잘 안타던 택시를 타게 됐음.
뭐 택시 아저씨들 성향에 따라 말시키시면 대답해주고 조금 웃고 말 안하시면 가만히 있는 편임.
그 아저씨는 말 시키는 타입이었음.
- 누구 만나러 가. 남자친구?
- 아뇨 친구요.
- 남자친구 없어?
- 네 없네요.
- 나이가 몇인데?
- (30대 초반) 3*살요.
- 결혼해야지 !! 나이가 벌써 그렇게 먹었는데 남자친구도 없어서 어떡해?
- 저 결혼 생각 별로 없어서요.
그 때부터 아저씨는 침을 튀기면서 결혼을 왜 안하냐, 이러니까 우리나라가 안되는 거다, 너같은 애들 때문에 망하는 거다 ...
나는 그 아저씨 얘기를 듣다보니 결혼 안해서 나라 망하게 만든 천하의 나쁜년이 되었음.
귀에 귓밥이 묻었네 하면서 귀 후비며 한귀로 흘리고 있는데 어떤 말 때문에 머리에 핏대가 섰음.
- 나라를 위해서 여자가 말이야. 애를 낳아야지.
나라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어어어어어어???????????
머리가 핑 돌아서 아저씨한테 쏴붙이기 시작함.
- 나라가 저한테 해준게 뭔데요?
- 지금 일하고 먹고 자고 하는거 다 나라가 있으니까 가능한거 아녀?!
- 그건 저희 부모님이 해주신거구요, 우리 나라 아니어도 해외 가서도 잘먹고 잘살던데요. 그리고 애 낳으면 혼자 크나요? 왜 자꾸 결혼해라 애 낳으라 하시는건데요.
- 애 낳아 놓으면 알아서 커! 어린이집 보내면 다 키워주는구만 뭐가 힘들다고 쯧..
- 어린이집 보내면 김치 안먹는다고 내 애 싸대기 때릴텐데 어떻게 안심하고 보내요?
(한창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떠들썩 했던 때였다)
- 아니 뭐...
한마디 더 보태려는 아저씨 말을 막고 한마디 던졌음.
- 그리고 애 낳더라도 중동가서 낳으려구요.
한창 ㅀ님이 대한민국 텅텅 빌 정도로 가보라는 소릴 지껄일 때였음.
- ........
- 젊은이들 다 중동 가라고 나라 대표가 등 떠미는데 가서 낳아야죠.
- .......
- 안그래요?
- ...........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저씨를 향해 휴 한숨 쉬고 목적지에서 안전히 내렸음.
여전히 결혼생각이 음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