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 서울정경부장 koala@msnet.co.kr] 문재인 대통령을 근접 취재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꼭 1주일 전인 지난달 24일도 그랬다. 문 대통령의 사실상 첫 공식 대구경북(TK)행(行)인 포항 지진 현장 방문 때 기자는 대통령을 근접 취재했다. 대통령의 지역 방문이 이뤄지면 청와대 출입기자단 중 해당 지역 언론사가 근접 취재를 맡는 것이 관행. 기자는 이날도 ‘고행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특징은 듣는 것이다. 그는 포항 방문 때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여고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많이 유도하더니,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로 쓰이는 흥해실내체육관에서도 이재민들에게 많은 얘기를 하도록 권유했다. 이재민들에게 “나가서 말씀하시면 언론이 주목해서 좋다”는 코치까지 했다.
이재민들의 얘기를 듣는 과정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 폼’을 가차없이 집어던졌다. 그는 이재민들 틈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내내 지지율이 올라 ‘잘한다’는 응답이 무려 73%(리얼미터 조사`11월 20∼22일 조사)다. 역대 대통령 취임 6개월 시점 지지율을 감안할 때 김영삼(YS) 전 대통령(83%) 다음이다.
대통령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청와대의 의욕도 넘쳐난다. 국민들로부터 각종 청원을 받아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해주는 등 청와대가 각 부처와 국회`지방자치단체 등을 제치고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러던 중 낙태죄에 대한 국민청원과 관련, 청와대가 결국 과욕을 부렸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한 공론화 가능성 시비를 부른 것이다. 지식층에서는 “국가권력에 대해 언제 ‘생명을 행정의 잣대로 다루라’는 권한까지 부여했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 29일 한 강연에서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국민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국가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소통 행보를 통해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친히 온갖 정사를 모두 보살핌)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전임자들이 모두 은밀하게 다가온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임기 초반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1위였던 YS조차 핏대를 세워가며 세계화를 맹렬히 외쳤지만 세계화에 발목 잡혀 외환위기를 맞은 뒤 한 자릿수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인기가 많을수록 유혹은 더 커지는 법임을 ‘대통령 잔혹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매일신문 - www.imaeil.com
제 마음은 댓글로 대신 합니다.
그래서 해방 시켜 줍시다.
청와대 상주 기자단 해체 청원
응원 합니다. 기자단의 해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