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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삼국지2 초선이벤트를 아십니까?
게시물ID : bestofbest_270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박맛쿠키
추천 : 161
조회수 : 30817회
댓글수 : 3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6/09/26 16:45: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9/26 13: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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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격동의 컴퓨터 교체 시대를 보낸 이 중 한 명이었습니다.
국민학교 때는 프로그램 짠다고 MSX2사달라고 하고 열심히 게임만 했습니다.
X2가 나왔을 때는 디스켓 한 장에 야한 게임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 벅차했습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640K XT컴퓨터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허큘리스의 슬픔’이란 글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SIMCGA말고 SIMEGA란 게 있다는 소문을 믿고 정말 2DD 5장 짜리 SIMEGA를 받아서 깔다가 엄한 바이러스 걸려버린 경험도 있습니다.

삼국지 1을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삼국지 1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불 걸리고 트릭 걸리고 그 턴에 안 튀면 그대로 전원 즉사.

삼국지 2도 열심히 했습니다. 컴퓨터랑 싸우는 건 지루했지만 사람 대 사람 싸움은 그럭저럭 재밌었습니다. 언제 한번 형의 세이브 데이터를 엎어 써 지워서 열라게 얻어맞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충분히 맞을 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 3는 하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말에 한두 푼 모아서 하드를 샀습니다. (당시 20메가 20만원…) 그러나 AT가 아니면 삼국지 3가 구동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결국 좌절했습니다. 중2의 나이에 20만원은 지금의 200만원에 필적하는 돈이었는데…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소년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대학교도 졸업하고 회사 생활도 어언 5,6년차에 접어들고, 결혼도 해서 가정도 꾸몄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는 웹서핑 중에 갑작스레 찾아왔습니다.

三國志II豆知識
(6)貂蝉イベント発生方法(Win版、PC98版限定のはず)
1.プレイヤー君主が12.17.24.33の4国のみ領有し、12国に君主がいる。
2.10国が他君主が領有している。
3.交戦中の属領が無いこと。
そうすると翌季節に特別コマンドに「貂蝉」が現れる。
貂蝉に会うと他の属領に命令を下せないので注意しよう。
何度も会っていると…まあ自分の目で確かめてください。


즉슨, 삼국지 2에서 플레이어가 12,17,24,33, 4국을 점령하고 12국에는 군주가 있을 때, 그리고 10국은 타 군주가 점령하고 있을 때, 전쟁중인 속령이 없을 때 다음 계절에 특별 커멘드로 ‘초선’ 이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초선과 만나면 다른 땅에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 주의하랍니다. 몇 번이고 만나다 보면…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 보시오…

어랍쇼? 소년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으나 삼국지 2에 그런 이벤트가 있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입니다. 낚인 것이 아닌가, 소년은 우선 낚시를 염두에 두고 웹 서핑을 더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관련 이야기는 이곳 저곳에서 많이 다루어지고 있었고, 더군다나, 초선 이벤트는 매달 매달 ‘초선이 벗는다’ 라는 갈수록 구라 같은 정보가 그것도 많이 잡혔습니다.

소년은 컴퓨터가 안 받쳐줘 삼국지 3는 손도 못 대고 그냥 지나가 버렸습니다만 나름 삼국지 2는 매우 빠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너무나도 충격이 컸습니다. 그래서 dos에뮬레이터 어쩌고 하는 dosbox를 구하고 삼국지 2 파일을 다운받았습니다. 의외로 아주 간단하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받으면 되는 거구나.




그래, 달리는 거야!


삼국지2 초선 이벤트를 아십니까? | 인스티즈








그런 거 안 나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웹 서핑을 다시 해 보니 실은 동탁으로 해야 나온다는 정보가 나왔습니다. 위 정보가 적혀있는 사이트 주인에게 살의를 느낀 다음 동탁으로 다시 시작해 보려다가 소년은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구글 코리아에서 삼국지2 초선 이벤트로 검색했을 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 역시 이상했던 것입니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안다면, 더군다나 한글화 한 이들도 입이 있을 텐데 검색 결과가 하나도 없는 것은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영문판에는 있지 않을까?

그래서 소년은 동탁으로 플레이를 시작했습니다. 옛날에는 자학 플레이라고 해 봤자 원소나 유표 정도였습니다만 동탁은 정말 너무 답답한 군주였습니다.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착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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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는 놈들이
하나같이 병신들인걸





나쁜 놈들 교화시키면서 동탁은 선정을 폈습니다. 동탁이 평화로운 시대를 이끌자 조조도, 원소도, 손견도 할 일이 없이 그냥 지네들 땅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태평성대로다.

그건 그렇고 땅은 차지 해야지.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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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안 나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문맥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아하, 12,17,24,33 4국만! 소유하고 다른 땅은 비워둬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라이! 이렇게 플레이하는 변태가 어딨냐 툴툴대면서 다시 모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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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안 나와


더 이상 초선을 벗기고 말고 하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 소년은 남자의 자존심이 짓밟혔다는 생각에 치를 떨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사나이의 문제입니다.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불굴의 의지에 불타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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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짓이지만 참 지랄맞다 (...)



야후 옥션에서 일판 삼국지 2를 샀습니다. 가격은 500엔. 골동품으로도 어느 정도는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이없는 가격에 그냥 밑져도 본전이다 싶어서 샀습니다. 아마 지금은 읽을 길 없는 5.25인치 디스크 때문이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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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5.25 디스크를 어떻게 해 볼 자신은 없었습니다. 외장 드라이브도 팔긴 합니다만 그거 가격만 2만엔 대라서 그때부터는 배보다 배꼽이 하늘 땅 커집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판매자가 3.5인치 디스크에 백업을 해 준다고 해서 3.5인치 디스크도 같이 받았습니다.


자, 도착했어, 가슴이 두근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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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혀






슬슬 지치기 시작합니다만 그래도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왜 안 읽힐까, 우리나라에는 그런 거 없는 거 압니다만 혹시 일본에는 3.5인치 레코딩 룰이 따로 있나 싶어서 또 구글의 힘을 빌렸습니다.

구글... 이 아니라 위키피디아 님이 설명해 주신 '3모드 디스크'란?

설명이 깁니다만, 하여간 일본은 지만 이상하게 놀아서 PC-98 시리즈 특정 메이커에서는 디스크 회전 속도도 다르고 용량도 다른 포맷이 있다고 하고, 그게 요즘 노트북에서는 거의 인식이 안 된다는 스토리가 됩니다. 소년이 공대생이 아니었다면 이 단계까지도 못 오고 대번에 때려쳤습니다만 공교롭게 그 소년은 꽁한 성격의 공대생이었습니다.

불굴의 투지로 소년은 소니 메이커에서 그 디스크를 인식하는 3모드 디스크 드라이브 드라이버를 다운 받아 설치했습니다. 이제 디스크를 읽는다!

일본산 DOS/V 에뮬 이야기 시작하면 또 혈압 오르고 입안에서 단내가 납니다. 하여간 고생고생해서 결국 일본산 삼국지2 기동에 성공했습니다. 소년은 자신 스스로 참 대견하다고,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동탁으로 달리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그걸 두 번 달리자니 소년은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모든 것은 초선누드
사나이의 신념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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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라 합니다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사옵니다 ♥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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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이걸로 참아 주세요
초선이는 아직 부끄럽답니다




........ -_-;
초선 커맨드는 한달에 한번 가능합니다.
자, 다음은 한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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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는 헤픈 아이가 아니랍니다
동탁님만을 사모하고 있어요♥



속에서 슬슬 욕이 나오려고 하지만, 자, 그럼 다시 한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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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오세요
침상까지 안아서 데려가 주세요




이래놓고 한달을 또 기다리라는 건...
동탁은 정말 성인군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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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님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만나뵐 때는 꼭 ♥♥♥




또, 한달?
... 어디선가 많이 본 문구다 했더니 영락없이 핸드폰 메일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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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더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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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충성도... 하고는...



아니 왜, 초선이 혼자 유혹하고 혼자 자결했는데 왜 애들 충섬심이 떨어져!
다들 은근히 초선이를 노리고 있었던 거 아냐? 폭정해 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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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여간에 이번의 교훈은 역시 모든 일은 하면 된다.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사나이의 신념은 굳고 강하다.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소년은 그제서야 지금까지의 일련의 행위를 옆에서 와이프가 모두 지켜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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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출처 http://interlude.pe.kr/tt/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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