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버릇처럼 저희 고양이들에게 아빠랑 딱 10년만 같이 살자, 허락한다면 대학도 가보자! 라고 했었는데.. 제 입 찬 소리가 그렇게나 듣기 싫었던건지 아니면 무언가 급한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저희 둘째 고양이 초코가 제가 투석을 다녀와보니 회장실 앞에서 싸늘하게 식어있었지 뭐예요.
너무나도 황망하고 어이없는 죽음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목도한 이유인지 한참을 세상 떠나가라 엉엉 울었었어요.
이후부터 오른쪽 흉부 뒷쪽이 시큰거리게 아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흉추쪽에 있던 혈관육종암이 1년여 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힌 탓이었고, 저는 다시금 50회차에서 쉬었던 옵디보를 2주 1사이클로 치료를 재개했어요.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집이면서 마루가 아닌 장판이 깔린 집을 다음 이삿집으로 고른 이유도 초코가 잦은 소변 실수를 하기 때문이었고.. 초코가 떠나면서 녀석과 관련된 짐을 치우고 고니 한마리분의 짐만 남겨두니 그제서야 초코가 내 일상에 이렇게나 듬뿍듬뿍 스며들었었구나, 우리는 누가 뭐래도 한 가족이고 식구였구나 라는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휑한 집이 그만큼 슬펏지요.
재발한 통증이 얼마전부터는 다시 하반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탓인지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은 그 너무나도 끔직한 저릿함과 무거운 느낌이 다시 들기 시작하네요.
또 목숨을 건 수술을 겪어야 할지, 아니 그 수술을 할 기회마저 내게 허락 될런지 이제는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다 놓고 편해지고 싶어요.
이렇게 연초마다 희은양에게 편지를 쓰며 매 새해를 무사히 넘겼음을 안도하며 얼마 되지 않겠지만 희은양을 기억하는 오유 가족들과 함께 베네치아를 소소히 바랐던 20대 소녀의 마지막이 그래도 누군가들에겐 작지만 큰 울림이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올 해도 작년처럼, 제작년처럼, 매 해 년 초 처럼 희은양이 있을 요리게에 생존신고겸 자취를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