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족과 함께살기'를 참 어려운 일로 봅니다. 내맘같지 않은 타인이 혈연으로 묶인 집단이다 보니 아무리 싫어도 못 끊어내잖아요. 제 동생은 지한몸 먹고살 능력은 있는데 독립을 안합니다. 그리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의지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독립해서 살고 있는데 어머니께 받는 전화마다 분통이 터져 글을 써봅니다.
프리랜서 특성상 하루종일 집안에 있는데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엄마한테 "나는 사람이 싫다. 새벽부터 밤까지 말시키지 마라. 나를 그냥 혼자 내버려둬라."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엄마는 같이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은 마음을 싸안고 혼자 버스를 타시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고 하세요. 말동무는커녕 늘 일핑계 시간핑계 동행도 안한다 합니다. 어머닌 혼자 나가시면 버스요금 외엔 쓰지도 않으시는데 동생은 자기 기분이 나는 날 어머니께 치대면서 같이 나가자고 한다네요. 그렇게 외출하면 외식하고 뭐하고 큰돈 쓰구요. 엄마가 아니라 지갑으로 보는 것 같다면서 많이 속상해 하시네요..
우리가 친구 지인 연인과 카페에 간다 치면 앞에 사람을 두고 혼자 폰 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하잖습니까. 근데 동생은 본인이 기분 내키면 뷰 좋은 카페에 가서 작업하겠다고 엄마를 끌고 나간대요. 그러고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앞에 사람이 있건 말건 노트북 펴고 본인 일만 한답니다.
사람이 싫으면 사람이 주는 그 무엇도 받아먹지 말아야죠? 왜 사람이 해주는 밥 먹고 사람이 대신해주는 귀찮은일 꼬박꼬박 묻어갑니까? 제가 볼 때 동생의 삶의태도는 딱 이겁니다: "내옆에와서 귀찮게 굴지는 말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가지는 말고 그래 너는 딱 그자리에서 내 필요를 위해 존재해줘". 뭐 더 말할 게 있나요? 사이코패스죠.
저는 독립을 했는데 이제는 딴집 가정사에 왜 이렇게 열을 내느냐고 하시면 이제 걔가 집을 비우면 어머니가 저한테 연락해서 넋두리를 하시기 때문인데요. 저도 빈정이 상했을 땐 걔가 그런 인종인거 모르고 같이 사셨냐. 나랑 안살고 곧죽어도 걔가 옆에 있어야 돼서 거기 사시는거 아니냐. 알 바 없으니 연락하지 마라. 하고 싶은데요.
제가 또 엄마한테 맘이 크다 보니까 그게 잘 안됩니다. 엄마가 바라는건 제가 동생 꼴값하는거 다 참아가면서 다같이사는 안락한 가족 유지해주는 걸 거예요. 저는 동생이랑 한지붕 밑에서 정상적인 행복을 구가할 수 없어서 나온거고, 엄마가 걔한테서 홀로서지 못하는 이상 그 가족은 만만한 나만 조져 유지되는 가족이니 더이상 그 포지션에 안 있기로 한거다. 이렇게 제 입장을 전달하니 돌아오는 말은
엄마 자주 안보고도 살만하면 된거야
이러고 계시네요. 진짜 대환장. 내가 엄마를 좋아하고 같이 살고 싶음에도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입 싹 닦으세요. 더 견디지 못하겠는 선택지를 버리는 법인데 어떻게든 내탓 하려는게 보여서 참 양가감정으로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