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갓 성인이 된 사람입니다.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하소연할 곳을 찾다보니 여기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빠는 굉장히 가부장적인 사람입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아빠로서의 권위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예요.
기본적으로 아빠는 자기 말과 생각이 무조건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과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절대 굽히지 않고 무조건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해요. 가방끈이 짧은 엄마와 할머니께는 '배운 게 없어서'라고 하며 무시하고, 저나 오빠에게는 '너희가 아직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이런 식으로 얘기합니다. 정말 논리적으로 반박해서 할 말이 없어지면 그때는 이게 어른한테, 아빠한테, 가장한테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락바락 대든다고, 입만 살았다고 하면서 엄청 화를 내요.
어릴 적에는 아빠한테 지기 싫고 이 억울함을 제대로 풀 줄을 몰라서 똑같이 화내고 울면서 이야기했다가 맞은 적도 많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해서 매를 맞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왜 혼나고 맞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들도 허다합니다.
한번은 아빠와 제 성적을 가지고 이야기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한 문제 틀려서 100점을 받지 못한 시험에 대해 속상함을 이야기했는데 아빠가 네가 공부가 부족한 탓인데 왜 선생님 욕을 하냐면서 혼을 내셨습니다. 저도 감정이 상해서 이때 아빠와 크게 말다툼을 했는데, 그러다가 "아빠는 그렇게 남의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그때 제대로 열 받은 아빠가 제 뺨을 때렸어요. 한 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옆에 계시던 엄마가 깜짝 놀라면서 저를 방으로 들여보내셨는데 거기까지 쫓아와서 저를 세워놓고 수차례 뺨을 내려치셨습니다.
물론 제가 아빠에게 심한 말을 한 건 맞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 뺨이 불어터질 정도로 맞을 만한 말이었는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날에 아빠가 미안하셨는지 제가 좋아하는 족발을 사주셨습니다만 제대로 사과를 하신 적은 없습니다. 이때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가족에게 했던 수많은 폭언에 대해서 제대로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전에도 늘 엄하신 아빠를 무서워했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는 정말 아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아빠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빠를 무서워하거나 꺼려하는 티를 내면 더 화를 내셨기에 저는 늘 아빠 앞에서 웃으면서 괜찮은 척하며 지냈습니다. 밤에는 이불 뒤집어 쓰고 혼자 울면서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때부터는 아빠를 무시하고 살았어요. 아빠도 그러셨구요. 당시에 집에 좀 일이 많아서 아빠가 저를 신경쓸 틈이 없어서 그랬던 거지만요.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술을 잔뜩 먹고 들어와서 네가 아빠를 막 무시한다고, 아빠가 너희를 위해 얼마나 밖에서 무시당하고 힘들게 일하는지도 모르면서, 아빠도 너무 힘들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막 우셨습니다. 거기에 또 마음이 약해진 저는 아빠랑 그날 울면서 화해를 했고, 그 이후로는 확실히 예전보다는 덜 싸우게 됐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고등학생 때는 정말 아빠와 지지고 볶고 싸웠습니다. 정말 사소한 걸로 싸웠어요. 아빠는 제가 시험기간에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걸로도 혼이 나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아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며 몇 시간씩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고3 때는 매주 아빠와 부딪치느라 주말에 친구들이 또 아빠랑 싸웠냐고 물어보는 게 당연할 정도였습니다.
또 아빠에게는 결벽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이 집을 어지럽히는 걸 참을 수 없어 하십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당장 청소하라고 화를 내시고 신발장에 신발을 한 개 이상 꺼내놓으면 지저분하다고 갖다 버리라고 할 정도예요. 평범한 위생관념을 갖춘 다른 가족들과 아빠는 생활 패턴이라든가 결이 잘 맞지 않아 그런 부분에서 다툼이 많은 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나머지 가족들이 최대한 아빠에게 맞춰주려고 하지만... 그것도 정말 도저히 가치관이 안 맞는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됩니다.
사실 집에서 직접적으로 아빠와 부딪히는 사람은 거의 저입니다. 다른 가족들은 아빠와 부딪히는 걸 피곤하고 힘들어 해서 다들 말도 못하고 참는 편이죠. 그나마 할아버지가 계셨을 때는 덜 했습니다. 딱히 눈치를 봤던 건 아니지만 집에 큰 어른이 계시니 아빠가 할아버지가 계실 때는 좀 덜하셨어요. 근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또 집에 또다른 남자인 오빠가 현재 군대에 가있으니까 집에 남은 여자들을 엄청 잡습니다.
오늘만 해도 할머니가 배불러서 다 못먹겠다고 초밥을 남기셨는데 겨우 10조각을 못 드시냐면서 할머니한테 다 먹으라고 윽박을 지르더라구요. 옆에서 보다 못한 제가 할머니 배불러서 못드시는 거라고 말렸더니 네가 뭘 아냐면서 어른이 말하는데 끼어들지 말고 닥치라고 했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꾸역꾸역 그 초밥을 다 드셨어요. 그걸 본 아빠는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못 먹겠다고 얘기해서 집에서 큰 소리 나게 하냐고 할머니를 혼내시는데... 아빠와 할머니가 엄마와 아들 사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제는 엄마가 자주 신는 신발 두 개를 꺼내놓으시니 그게 지저분하다고 치우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매번 꺼내신는 게 번거롭다고 싫다고 하시니 '사람이 이런 사소한 부분 하나 제대로 못 지키고 살면서 밖에서 일은 어떻게 하냐, 평상시에 어떻게 다니는지 꼬라지가 보인다.'고 이야기하며 엄마라는 사람 자체를 무시했습니다.
저에게는 늘 너는 입만 살아있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합니다. 말로는 '그래 너도 다 생각이 있고, 너도 다 알겠지만~' 이라고 하면서 제가 아빠 말에 반박하려고 하면 말하지 말고 좀 들으라고 역정을 내세요. 본인만 세 시간씩 말하고 제가 말하려고 하면 듣지 않고 가버리거나, 말대꾸한다고 하면서요.
정말 웃긴 건 밖에서 사회생활은 또 잘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유머러스하고 일도 성실하게 하고 신뢰받는 사람이라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왜 집에서는 그 반의 반도 못 보여주는지. 가만 생각하면 아빠는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전부 집에서 푸는 거 같습니다. 집에서 본인이 왕이니 다른 식구들을 누르면서 자존심을 세우는 거 같아요. 아빠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절대 아니라고 자기는 다 가족들을 생각해서,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아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다 가증스러울 뿐입니다.
요새는 그냥 아빠가 미운 정도가 아니라 아빠가 증오스럽습니다. 여전히 아빠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아빠를 사랑할 이유보다 미워할 이유가 많아지는 거 같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데, 아빠는 저에게 져주신 적이 없습니다. 항상 부모라는 위치로 저를 찍어누르고 아빠 뜻대로 행동하게끔 했지, 아빠가 바랐던 모든 것에 정말 딸의 행복이 있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요새는 아빠를 보기만 해도 머리에 열이 오릅니다. 아빠가 제가 아팠던 것만큼 아프고, 절 때린 것만큼 저도 아빠를 때려주고 싶어요. 아빠 한 대만 때려보면 소원이 없겠어요. 저도 아빠한테 이 새끼 저 새끼라고 욕도 해보고 싶고, 제발 좀 닥치고 사람 말 좀 들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입은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경청을 더 열심히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빠는 왜 그러지 않을까요. 독서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책도 안 읽고 얼굴도 모르는 국뽕 유튜버들 말만 믿고, 가족들 말은 들은 척도 안 할까요. 베스트셀러 책을 보고 이 정도는 자기도 쓸 수 있다면서 비하하고, 단골집 음식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해 우리가 요새 힘든 만큼 남들도 힘들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고 요즘 상인들이 양심이 없다는 얘기부터 하는 걸까요. 제가 그런 점을 지적하면 네가 아직 순진하고 세상을 모른다면서 무시하기만 할까요. 아빠는 세상을 너무 잘 알아서 남을 연민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모두 잊어버린 걸까요?
정말 아빠라는 인간에게서 존경할 만한 점을 조금도 찾지 못하겠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 곁에 누가 있고 싶어할까요. 아빠가 하는 말들에 자존감도 자존심도 좀 먹으면서 살았습니다. 남들은 나에게 좋은 말과 배려만 해주는데 아빠는 저에게 폭언과 상처만 주네요.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모두 남에게 위로받았습니다. 아빠 때문에 가족이라는 구성원 자체에 자꾸 회의감이 들어요.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말에 아빠와 저만큼 어울리는 관계가 또 있을까요.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아빠와 있는 것보다 편안합니다.
아빠가 다리를 다쳐서 주말에 못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아빠 얼굴 좀 그만 보고 싶어요. 기분이 좋다가도 아빠만 생각하면 갑자기 시멘트 바닥에 쳐박힌 것처럼 웃을 수 없게 되요. 아빠랑 싸우고 나서 잡친 기분으로 아빠 앞에서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남들한테 화목한 가정인 척 아빠 칭찬하고 다니는 제 꼴도 너무 우스워요.
사실 가장 저를 무너지게 하는 건 아빠가 저를 사랑한다는 점이에요. 아빠는 다정할 때는 엄청 다정한 사람이에요. 제가 책을 좋아하는데 우리 가족 중에 가장 제가 책 읽는 걸 적극 지지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만큼 저와 대화할 때 가장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먹고 싶은 거나 갖고 싶은 게 있을 때 바로 사주시고, 사랑한다고도 가장 많이 말해주세요.
아빠랑 싸우고 나서 한참 아빠 욕을 하고 울고 다시는 얼굴 안 볼거라고 다짐을 해도 아빠가 미안하다고 한 번 안아주기만 하면 서운했던 게 다 녹아내립니다. 방금까지 아빠 욕 한 게 미안하고 아빠의 희생을 알아주지 못하는 제가 너무 쓰레기 같아요.
다정할 거면 다정하기만 하고 엄격할 거면 엄격하기만 하지, 방금 전까지는 기분 좋게 이야기하다가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고 불 같이 화를 내는 아빠를 대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빠의 이런 모습에 저도 자꾸 기대하게 됩니다. 아빠와 사이가 좋을 때는 내가 좀 더 버티면 되지, 내가 좀 더 참으면 되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입을 다물어요.
아빠는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우리 가족 먹여살리기 위해서 평일에 집에도 못 들어오고 주말에도 일이 있으면 새벽까지 일하세요. 그럼에도 용돈도 꼬박꼬박 챙겨주시고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먼저 연락해 위로해주십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정말 가장으로서 성실히 책임을 다하고 계신다는 거 저도 압니다. 아빠가 저희 가족을, 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왜 이렇게 아빠가 주는 사랑이 버거울까요.
차라리 아빠가 저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을 대하는 것처럼, 사랑하진 않더라도 적당한 거리와 존중을 가지고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우리 가족을 사랑만 하지 전혀 존중해주지 않는 거 같아요. 아빠가 삶을 사는 방식만이 정답은 아닌데 우리 가족의 생각이나 다른 점을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집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고 할 때마다 너무 역겹고 숨이 막혀요. 아빠가 사랑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는 걸 깨닫기까지도 한참이 걸렸고, 그동안 집은 저를 정말 숨막히게 하는 곳이었어요.
아빠 없는 평일에 저희 집은 너무 평화롭습니다. 하지만 주말에 아빠만 오면 집에서 계속 큰소리가 나고 전 언제 아빠가 방에 들어올까 잔뜩 긴장하며 귀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아빠가 집에 있을 때는 눈치가 보여서 방 밖으로 잘 나가지도 못하고 아예 집밖으로 나돌아요. 집에서 좀 편히 쉬고 싶은데 눈치 보여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친구들한테 하소연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우리 집 개판이라고 자꾸 광고하는 꼴이 되니 비참하기만 합니다.
아빠보고 집에 오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여기가 아빠 집이니 그럴 수가 있나요. 그래서 제가 유학을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유학 마저도 아빠가 반대하네요. 너무 위험하다고. 그렇다고 재수를 허락하거나 지방으로 내려가는 걸 찬성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전문대나 다니라고 하십니다. 제 내신이 2점대인데 2점대는 전문대 갈 수준밖에 안 된다면서 3년 동안 열심히 만들었던 제 생기부를 쓰레기 취급합니다. 요새 공부량이 자기 때에 비하면 훨씬 적은데 애들이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자살하는 게 다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할 때마다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어요.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할 수가 없어서 미치겠어요. 남들도 다 이러나요? 제 친구들 아버지도 다 엄하신데 한 친구는 그래도 가족이 화목하고 아버지가 정도를 아시는 분이시라 별 반항 없이 잘 삽니다. 한 친구는 그런 아빠한테 아예 정을 떼서 솔직히 아빠가 죽어도 슬프지 않을 거 같대요. 저는 왜 둘 다 안될까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정이라도 떼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요. 그냥 제가 답이 없는 인간인 걸까요.
내가 조금 더 예쁘고 잘나고 착하고 순종적이고 공부도 잘했으면 이렇게 아빠랑 내 사이가 나쁘지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이 절 가장 힘들게 해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어딜 가서 절대 기죽어 본 적도 없고 뭔가에 도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저 자신을 좋아하고 만족스러워하기도 하고요. 전 스스로 자존감도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가장 낮아질 때가 아빠 앞입니다. 아빠가 저를 못나고 부족한 애로 치부하니 정말 저도 아빠 앞에서 그런 애가 되는 거 같아요. 아빠 앞에서는 문장 하나 제대로 말하기도 힘들고 말도 자꾸 버벅이게 되요. 그런 스스로가 미치게 싫고 짜증납니다.
아빠에게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의 마음을 배려해줄 수 있는 여유가요. 아빠가 다른 사람을 조금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요. 욕하지 말고 조금 이해해주고 감싸주고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한 발 양보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가요? 아빠에게 공감해보려고 해도 저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 도저히 공감할 수가 없어요. 한국어 번역기는 가지고 있지만 뜻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외계인과 함께 사는 기분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집을 떠나고 싶어요. 우리 가족은 서로 얼굴 안 보고 살 때가 가장 평화롭고 애틋한 거 같습니다.
아빠는 언제쯤 나아질까요. 솔직히 지금도 어릴 때와 비교하면 많이 유해지신 거예요. 지금은 적어도 우릴 때리지는 않거든요. 그냥 늙어서 때릴 힘이 없는 거 같지만. 엄마는 아빠도 많이 변했으니 제가 좀 더 기다리고 이해해달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저만 참고 기다리면서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 아등바등 해야하나요. 언제까지 혼자 심리책 찾아보고 대화의 기술 같은 영상 찾아보면서 아빠와 말이라도 조금 나누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요. 왜 저만 아빠 눈치 보면서 아빠가 듣고 싶어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하나요. 대체 언제까지. 이미 아빠는 50 중반이 넘었는데 폐암 걸려서 뒤지기 직전이 돼야지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실까요? 죽기 전에 자기 죄책감 버리려고 하는 그 알량한 사과 하나 평생 기다리면서 전 살아야 하나요?
아빠가 죽기 전에 제가 화병나서 먼저 죽을 거 같아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유서에 아빠 때문에 힘들어서 죽었다고 쓰고 아빠가 평생 죄책감에 괴로워했으면 해요. 저승에서라도 그런 모습 보면 그나마 귀신은 안 되고 승천할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제가 왜 아빠 같은 사람 때문에 제 꿈과 미래를 포기해야 하죠? 아빠랑 제 미래를 가지고 싸울 때마다 그냥 아빠 말대로 다 포기하고 아빠 하자는대로 살까 싶기도 해요. 너무 힘들고 이제는 아빠랑 말다툼할 힘도 없어서 그냥 제가 자리 피하고 말아요. 근데 그럼 남은 제 미래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내 인생인데... 저 사람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휘둘려야 하는지.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니면 정말 아빠 말대로 제가 게으르고 현실도 잘 모르고 치기 어린 아이인 걸까요? 어른 말은 무시하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 걸까요?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더 생각할 힘도 없어요. 이제 그만 울고 싶어요. 이러다가 정말 정신병 걸릴 거 같아요. 자꾸 아빠 죽여버리고 싶고 저 입 좀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날 정신 놓고 진짜 그럴까봐 무서워요.
저는 도망친다고 쳐도 우리 엄마랑 할머니는 어떡하죠? 오빠는 말은 안 하지만 좀 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아빠랑 연락 안하고 멀리 가서 살 생각인 거 같은데...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요. 아빠 때문에 집에서 편히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요. 제 미래도 할머니 같을까봐 무서워요.
글이 너무 길고 두서없어서 죄송합니다. 제대로 글 쓸만한 정신이 없어서 퇴고도 못하겠네요.
현명하신 여러분. 조언 좀 해주세요. 어차피 저는 아빠라는 사람을 바꿀 수 없을 텐데, 그렇다면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