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짧게 기타 강사 생활하며 느낀 이야기(긴글주의)
게시물ID : humorbest_1175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올림픽화이트
추천 : 26
조회수 : 3016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27 22:19: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2/23 18:32:28
옵션
  • 창작글
시간 없으신 분들을 위해 적는 2줄 요약.



기타 학원은 헬스 PT 받으러 가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가면 개이득.
가서 점검 받고, 다음 연습 메뉴 + 연습 방법 받으러 가는 곳.






크리스마스에 할 일이 없으므로 음슴체


일단 기타 연주 약력.
대학교 올라가 처음으로 잡아본 일렉기타의 매력에 빠져 군대 가기 전 한 달 정도 기타 학원 다님.
군 제대 후 기타를 잊고 살다 대학원 진학 후 취미로 기타 침.
없는 실력으로 직장인 밴드에 들어가 사부를 만나 2년 정도 하루에 10분~ 1시간 정도 연습.
사부 소개로 학원에 들어가 취미 또는 초급반 레슨(1:1) 3년 함.


취미로 처음 기타를 쥐고 일렉기타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므로 학생도 한달에 1~2명 꼴이었지만
나도 그 핑계로 연습도 하고 사람들 만나는 재미로 3년을 끌다 졸업 준비로 그만 둠.



초반에는 학원에서 가르치는게 걱정이 많이 되서
사부에게 자료도 얻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노하우도 배우고,
원장샘의 충고도 받고 했는데 그 들의 말 중에 가장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었음.

'학생들의 연습은 학원에서.'

다른 학원에 비하여 저렴한 편이지만 나는 그 말에는 동의 할 수 없었음.
1:1 강의인데 실제 레슨을 20분 정도 하고 30~35분 정도를 개인 연습을 시키라니.
내가 돈 내고 배운다면 그럴 경우 돈이 아까울 것 같았음.


그래서 배우러 오신 분들께 시작 할 때 여쭤봄.
널널한 코스가 있고 하드코어가 있는데 어떤 쪽으로 해드릴까?
널널한 건 앞에서 설명한 것이고, 하드코어는 5분 숙제 확인 후 30분 강의 10분 복습 또는 이론.

100이면 100 하드코어를 고르심.


그런데, 이게 참 잘 안되는 것이..
1~2주 정도는 모두들 잘 따라오심.
연습도 해오시고, 수업에 열의도 좋음.
그러나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연습을 안해오심.

그래도 레슨 30~40분 전 쯤에 와서 혼자 연습 하시는 분들은 양반임.
대부분 그냥 오심. 지난 주에 가르쳐 드린 것들이 모두 리셋임.



이상했음.
숙제라고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주말에 1~2시간만,
또는 매일 1~20분 씩만 연습하면 충분한 양이었음.
대부분 안 해옴...ㅠ(혹시나 해서 악보 위에 바를 정자 쓰는 숙제도 내드림..그러나 안하심..ㅠ)



다음 달 등록 일이 되면 정말 민망해서 학생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미진하게 늘고 있는데 등록을 하라고 말을 못 꺼냈음.
그래도 다들 등록을 하고는 있는데 그 다음 달도 역시 마찬가지임.




1년 쯤 가르치며 얻은 결론은 하나였음.



사람들이 학원에 등록을 하면 마음이 바뀜.

독학을 할 때는 기타 쥐고 능동적으로 연습에 임함.
스스로 스케줄을 짜고, 연습법이 맞든지 틀리든지 일단 하고 봄.
돌아갈 지는 몰라도 스스로 앞으로 감.


학원에 등록을 하면 선생이 막 먹여줌.
그냥 학원에 가면 실력이 늘음.
그것이 크게 느는지 적게 느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 일지라도 뒤로 가지는 않음. 앞으로 감.


그것이 나중에 놓고 볼 때
집에서 연습하지 않으면 독학보다 훨씬 느리고, 흥미도 쉽게 떨어짐.
배운 것을 적어도 다음 날 안에 한 번 돌려보지 않으면 반드시 까먹게 되어 있음.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니다 보니 잃어버리는 속도는 훨씬 빠름.


이게 학원 선생 입장에서는 다음 주에 왔을 때
성이 차지 않아 제자리 걸음을 시키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음.

어찌 되었든 앞으로 가는 것을 선생도 원하니까.
결국 어느 정도 완성이 되지 않았음에도 꾸역꾸역 앞으로 가다보니
배운 것은 많은데 뭔가 아직 다 어설픈 학생들이 나타나게 됨.



물론 케바케임.
6개월을 다녀도 실력이 정말 눈꼽만큼 느는 사람도 있고,
방학 때 한 달 배워서 자신이 목표한 곡 완주하고 나가는 대학생도 있었음.


그래서 전략을 바꿔드림.
30분 강의 40분 연습을 시켰음.
집에가도 절대 안 까먹을 정도로 독하게 연습을 시켜서 집에 보냈음.
 매번 수업이 늦게 끝남. 목이 아픔.ㅜㅜ


이렇게 하니까 그나마 좀 나음..
결국 다른 선생님들 말씀이 맞았던 거임.
열의와 열정을 보이는 분들은 진도 휙휙 빼드리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여기서 연습시켜서 보내드리는 것이 맞는 거 였음..


가뜩이나 경제가 힘들어 취미에 적지 않은 돈 투자하는 것 힘든데
정말 뽕을 뽑으려면 뒤에서 밀어줄 때 스스로 한, 두 걸음 때야함.
그럼 남들 힘들게 걸어갈 때 뛰어 갈 수 있음.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아래 글의 답변 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혼자서 연습을 하시든, 학원에 다니시든 정말 중요한 것은 연습량 입니다.


시간과 돈이 있고, 부지런한 분이시라면 저는 학원을 추천 합니다.
선생이 있으면 길을 정해 줄 수 있어서 돌아가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기 때문에 학원이 무조건 좋습니다.
독학을 하며 순간순간 나타나는 선택과 물음에 대해 즉각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과,
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큰 소리로 연주 할 수 있는 공간은
특히나 일렉기타처럼 섬세한 악기의 연주에 꽤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뮤트라든지, mute, 뮽, 등등)


사람이 재미있는 것이 누군가 연주한 것을 들었을 때
그것을 재현하려고 하면 대단히 어려운데,
눈으로 보고 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점은 유투브 등 레슨 동영상을 봤을 때보다 눈 앞에서 볼 때 더 효과가 큽니다.


프로 연주자들의 영상들을 보며 언젠가 내가 저런 걸 칠 수 있게 될까? 싶었던 것들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보며 노하우를 듣고, 이렇게 가면 언젠가 도달 할 수 있다. 라는 말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은
독학으로 연습하는 것과는 정말 압도적인 차이를 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의심이 없는 편이고, 시간이 많고, 귀가 밝은 편이시라면 독학을 하셔도 좋지만,
그렇지 않고, 취미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헬스장에서 PT 받는다는 마음"

으로 일주일에 하루 정도 나가서 점검을 받고 다음 연습 메뉴를 받아오는 형태로 연습을 진행하면
정말 빠르게 실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매일 학원에 지정된 시간에 나가 연습 하시면 더욱 좋겠지요.
선생이 상주하고 계신다면 슬쩍 가서 맞게 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볼 수도 있구요.



긴글 죄송..

출처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