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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이 사고쳤다 - 3
게시물ID : humorbest_15174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oLiquid
추천 : 27
조회수 : 3563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1/06 21:16:33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1/05 09:44:24
때는 바야흐로 2015년.
평소에는 잘 출몰하지 않는 부장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셔서는..

"Mio씨, 요새 GDS 팀 분위기 좋은가봐. 얼굴이 폈네?"
"아이고. 여긴 어쩐 일로.."
"부서 사람들 챙겨야지 하하하. 내가 바빠서 자주 못챙기긴 해도 말이에요."

회식 때는 그렇게 안 오셔도 된다 그래도 기가막히게 찾아오시더니.

"네, 그래서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USB 안에 프로그램이랑 소스코드가 들어가 있는데, 이거 테스팅이 좀 필요할 거 같아서 부탁 좀 하려고...."

무심코 USB를 받아들고 확인하는데,
뭔 해괴한 소스와 Visual Basic 냄새가 물씬나는 UI로 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회사에 이런 것도 있었습니까;;?"
"좀 오래됬지만, 대리 때 내가 있던 팀에서 짠거거든. 이래뵈도 내가 개발자 출신이야."
"그거야 제가 잘 알죠. 개발이신거."

같은 사내 축구팀 동아리에 들어가 있긴 해서 아주 잘 알지만, 차마 진심을 내뱉지는 못했던 나.
부장이 얼마나 개발인지를 떠올리려던 찰나, 폭탄투하를 시도하더라.

"근데, 이거 Java나 C#으로 컨버팅 가능할까?"
"...;;;;; 그냥 기능만 확인하고 새로 개발하시죠. 꼭! 필요한거면요."
"그게 낫겠지? 그럼 그냥 버그 몇 개만 해결해서 사이트 가서 업데이트 좀 부탁해요."

뭔가 까먹은게 있는 거 같은데.. 아 맞다.

"저기, 이거 무슨 툴인가요?"
"아, 파워빌더."
"-_-;;;;"

PowerBuilder라니. 그것도 7.0. 
회사 처음 들어갈 때 한 번 유지보수해봤던 거 같기는 한데..

뭐 어쨌든, 수많은 툴 자체의 버그와 싸우면서 버그 몇 개 잡아놓고 테스팅 끝내고.
비록 다른 프로젝트였지만 클라이언트 쪽 담당자와 안면도 있어서
초면인 다른 누구를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판단에 후임인 A씨를 불러 USB와 함께 외근 지시를 주었다.

굳이 업데이트를 사이트로 가서 해야했던 이유는..
보안 체계와 클라이언트 사이트의 업무.. 따위는 아무 관계 없고.
단지 부장에 의하면 담당 실무자가 컴맹에 가까우면서 목소리가 큰 갑이라는데 있었다.
A씨도 별 문제 없다면서 출발 잘 했고. 부장에게는 A씨 보냈다고 보고 완료.

3시간 뒤..

부장에게서 걸려온 전화.
"Mio씨 어디에요?"
"퇴근 중인데요."
"지금 사이트에서 뭔 일 터진 것 같은데 확인 좀 해줘야 할 것 같아요."
"........."

하아.. 지하철 타기만 하면 됬는데.
어쩄든 회사로 돌아가면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 뭔 일이에요?"
"저기.. 그게.. 그게"

평소답지 않게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길래, 가슴이 덜컥해서 일단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6개월 데이터 처리된게 원상복귀 됬단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해당 클라이언트는 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일종의 사정처리를 하게 되어있다.
4,1 분기 - 2,3분기로 6개월 단위 처리를 하고, 스키마가 처리 전 스키마와 처리 후 스키마가 나뉘어 있는 상태로.
처리 전 스키마에서 데이터를 불러와 처리하고 그걸 처리 후 스키마로 덮어 씌운 뒤 담당자가 문제가 없는지 일일히 확인을 하고,
문제가 없으면 사정 완료하여 연도와 분기별 스키마를 생성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 사정처리된 부분이 아예 원복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원인은 프로그램에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Admin이 사용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버튼 2개가 있었는데,
1. 테이블 리셋
2. 스키마 리셋

예상하기로는 초기개발 이후 세팅작업에 쓰던 것 같았다.

근데 이 버튼을 Admin으로 로그인 했던 A씨가 무심코 눌렀던 것이다.
물론 버튼을 한 번 누른다고 바로 실행되지는 않게 되어있었지만 큰 함정 하나가 있었으니..

"테이블 / 스키마가 초기화 됩니다. 실행하시겠습니까?" 메세지가 뜨면서 예/아니오 를 누를 팝업이 뜨는데.

아니오 (No) / 예 (Yes) 로 되어있었다.
그걸 A씨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쪽을 눌러버렸던거..

뭐 하루 날 밤 새서 담당자 욕 먹어가며 셋이 처리해서 어떻게 해결은 되었고,
예전에 디아블로2 하다가 저 빌어먹을 예/아니오 위치 때문에 할배검 든 바바를 날려본 적이 있어서 A씨의 당황함이 이해가 됬달까.

참 잊을 수 없던 겨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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