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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슈퍼마켓에 얽힌 미스터리 3
게시물ID : mystery_94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극곰316
추천 : 0
조회수 : 80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11/21 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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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길래 좁아터진 가게에다 굳이 이 층짜리 슈퍼마켓을 차려야 했는지.
   이 층은 한산했다. 양은냄비나 칼, 도마, 위생저 이런 게 있기는 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아래 층하고 같은 물건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해도 안 되고 기분도 나빠졌다.
   한눈에 휘이 둘러보고 내려오다 눈에 띄게 된 것은 구석방이었다.
   창고가 윗 층에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무거운 상자를 좁고 가파른 계단 위아래로 끌고 다닐 게 여간 어렵지 않을 텐데 말이다. 구석방이 창고는 아니겠지.
   하다못해 낮잠을 자는 방이라고 해도 구색을 맞춰야 할 텐데 용도를 알 수가 없었다.
   상업용 냉장고, 상업용 배선대, 샤워꼭지가 달린 상업용 씽크대가 있긴 한데 사용한 흔적은 없고 바닥은 물청소를 했는지 젖어있다. 계단에서 올라올 때는 벽으로 보이지만 내려갈 때는 오히려 큰 유리문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구석방엔 늙은 여자가 은색 대형 냉장고에 기대앉아 졸고 있었다. 졸음에 젖은 듯한 고양이 눈 한 쌍이 잠깐 동안 나를 정말 깊숙이 들여다보았지만, 곧 관심을 잃은 듯 다시 조용히 낮잠을 청했다.
   키키네가 파는 물건을 봤을 때 가공공장이나 주방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억지스럽다.
   지난번 늙은 여자가 웅크렸던 가게 안 쪽 구석엔 화장실이며, 싱크대 같은 간단한 조리시설이 딸려있는 주방이 있었다. 거기엔 미니 냉장고, 전기밥솥, 전자렌지나 칼, 도마 이런 게 있고 과육을 도려낸 듀리안 껍질이 도마 위에 놓여 있었다.
   
   키키네는 김치에 고추장이나 식초가 들어간다고 믿는 사람들이나, 해물전도, 김치전도, 부추전도 전부 다 파전이라 부르는 동양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백인들이 손님의 주를 이루었다.
   “Hi Chinese people! (중국사람들 안녕!)”
   알록달록 색소로 범벅을 한 말레이시아 찰떡을 사 가지고 나오다가 나랑 우리 딸한테 인사를 하던 좀 어벙한 서양 남자도 있었다.
   과일의 왕 태국산 듀리안
   키키네가 파는 물건은 주로 군것질거리나, 값은 좀 비싸도 명성 위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평범한 동양인의 필수품이나, 신선한 생야채 이런 건 없었다. 만두피나 숙주나물 정돈데 가격도 중국 슈퍼마켓의 딱 1.5 배씩을 받았다.

   캔커피를 사러 키키네 매일 가는 단골이 된 지 한 달쯤 됐을까. 
   캔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했더니 우리 딸이 캔커피를 사 가지고 왔다. 우울증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으로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게 된 나는 머리가 뒤죽박죽 되기 일쑤였다.
   딸애가 냉장고 앞에서 망설이고 있자니 키키가 친절하게 알려 주더라고 했다. 
   “That is what your mum buys. (그게 너네 엄마가 항상 사는 커피야)”
   다음날 평소와 같이 키키네로 캔커피를 사러 갔다. 키키가 아는 척을 하면서 딸이 왔었다고 한마디 건넬까 봐 나는 할 소릴 준비해 갔었다.
   냉장고에 보스 커피도, 베트남 커피도, 태국 에스프레소도 평소처럼 가각 일곱 개씩 줄을 맞춰 진열되어있는데 내가 마시는 태국 라떼가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키키한테 라떼가 있냐고 물었더니, 평소와 다른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
   “없다.”
   유창한 영어로 인사를 하지도 않았고, 어제 딸이 왔었다고 아는 척을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키키는 아직 마음을 확실히 정하진 못했는지, 라떼가 일 불 팔십 센트라고 써진 딱지는 떼지 않고 그대로 붙여 두었다.
   특별 세일을 한다며 가게 입구에 쌓아 놓고 팔던 5리터짜리 들통 식용유랑 25킬로짜리 태국 쌀도 어느새 싹 치우고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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