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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3)
게시물ID : panic_103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평화
추천 : 1
조회수 : 30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2/03 09: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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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사이비 교주 (3)



삐익…… 삑…….

삑, 삐익………….

삐익… 삐익… 삐익…….

삐익… 삑… 삐익… 삑….

삐익…삐익…삑, 삑, 삑… 삐익….

삑, 삑, 삑삑삑——삐익!

그렇게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멈추는 순간 나의 목을 감고 있는 은경의 팔에 힘이 들어갔고,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대로, 잠깐만 이대로 있어줘.”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팔에 힘이 풀렸고, 그녀의 양 손은 천천히 나의 목덜미와 어깨, 그리고 상박을 따라 내려왔다.

나는 은경의 몸에서 내려와 그녀와 나란히 천장을 보고 누웠고, 은경은 침대에 깔아 두었던 타월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그녀는 화장실에서 나와 이불 속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으… 추워. 나 좀 안아줘.”

그렇게 나의 품에 파고 드는 그녀에게 은은한 비누 냄새가 느껴진다.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누나…….”

“응?”

“…….”

“왜?”

“아니에요. 아무것도.”

나의 왼쪽 가슴 위, 미끄러지듯 움직이던 그녀 가느다란 손가락이 멈췄다.

“나 여기에 언제 또 오냐고?”

헐…….

대답 대신 시선을 옮겨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 역시 고개를 들어 나의 표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다음달에 다시 올 생각이야.”

“고마워요….”

은경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다시 내리며 말했다.

“고마우면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저녁 사. 영화표는 내가 준비할게.”

“그래요.”

나의 대답에 그녀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이 다시 나의 왼쪽 가슴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오늘 은경의 몇 가지 행동들이 머리를 스쳤다.

멀미약을 먹고 급체를 했다며 인천항에서 배를 놓쳤던 일.

석륜도에 도착했을 때 바로 기도원으로 가지 않고 식사를 했던 일.

그리고 식당에서 계산을 하며 민박 방이 찼는지 확인했던 것까지.

에이, 설마….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입을 열었다.

“누나, 혹시 나 좋아해요?”

장난기가 섞인 나의 음성과는 달리 다소 건조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응, 좋아해.”

“에이, 진짜로요. 농담하지 말고.”

나의 말과 동시에 내 가슴 위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아차!

말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은경은 자신의 손을 말아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함부로 원나잇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그 작은 주먹을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그녀의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가 하얗게 물들었다.

“아… 누나,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하지만 이미 싸해진 분위기.

은경을 만난지 고작 일주일이다.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지난주 카페에서 처음 만났던 30분을 빼면, 오늘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만나 지금까지 12시간이 전부다.

“누나… 미안해요.”

나의 사과에 은경의 주먹이 느슨해지는 게 보인다.

이때다 싶어 나는 말을 이었다.

“누나도 취향이 참 독특하네요. 내가 여자들이 첫 눈에 반하게 생긴 건 아니지 않나요?”

“맞아, 그건 그래.”

여전히 건조한 그녀의 목소리.

내가 좋다는 말이 농담은 아닌 듯하다.

“그럼 뭐예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나 같은 미인을 꼬신 비결이?”

은경은 이제서야 피식하고 웃는다. 쥐고 있던 주먹도 스르륵 풀렸고.

“…….”

“지금까지 살면서 나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정말 궁금해요. 뭐예요? 진짜?”

“……음, 글쎄…….”

그렇게 운을 땐 은경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

“영식이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다고 해야 하나?”

“누나가 가지지 못한 거면… 우리 영업부 박 부장님?”

오늘 석륜도까지 오는 배에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누었고, 그중 하나가 회사에서 나의 직속 상관인 박 부장과 얽힌 몇가지 에피소드였다.

날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다른 부서들과는 달리, 종종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영업부거든.

배에서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은경은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녀가 웃음을 멈추었을 때, 나는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뭐예요? 누나가 가지지 못한 나의 매력.”

나의 물음에 은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았고, 나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말 안 할래.”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 아니, 그게 뭐라고 안 알려줘요?”

“나는 너에게 거짓말하기 싫거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나. 이건 분명 뼈가 있는 말이다.

나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눈치 챈 은경이 말을 이었다.

“그건 됐고, 너 선생님 만나려는 진짜 이유가 뭐야?”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해 왼쪽 창문을 바라보며 답했다.

“지난주에 말했잖아요. 사는 게 힘들다고.”

“아니. 그거 말고, 진짜 이유.”

“정말이에요.”

“…….”

다시 시선을 옮겨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두 눈을 얇게 뜨고 말이다.

“너 선생님이랑 서로 아는 사이지?”

헐…!

놀란 표정을 감추기 위해 몸을 일으켜 은경과 나란히 벽에 기대어 앉자 그녀는 팔꿈치로 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맞구나. 아까 기도원에서 선생님에게 전해달라고 집사님한테 네 이름 말하는 거 보고 눈치챘어. 너 정말 선생님이랑 무슨 사이야?”

“나도 말 안 해요.”

나의 대답에 은경은 피식하며 웃음을 보였다.

그녀의 웃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내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리 불쾌하게 여기지는 않는 것 같으니까.

“말해. 그럼 나도 말할게. 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뭔지. 오케이?”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요구할 것.

영업의 기본 원칙이다.

“그럼, 하나 더.”

“하나 더…라니?”

“선생님 기도에 대해서도 말해줘요.”

은경은 아! 하는 낮은 탄식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석륜도로 들어오는 배에서 내가 여러 번 물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답변을 회피했거든.

아버지의 기도.

매형에게 강철혁 검사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궁금해 하고 있는 거다.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와의 만남보다 이 궁금증이 해소된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니까.

“선생님 기도는…… 글쎄? 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랑받는 느낌?”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고, 나의 찡그린 표정 때문인지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상한 생각하지마. 그런 거 아니니까.”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럼… 좀 더 말해 봐요. 사랑 받는다는 느낌이 무슨 뜻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니까?”

“그래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렇지. 흠…… 그런데…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는 게 가능한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은경을 향해 나는 말했다.

“느낌이면, 마음이나 감정으로 느끼는 거예요?”

“아니. 몸으로 느껴지는 거야, 온몸으로.”

“온몸으로? 사랑 받는 느낌을요?”

나는 다시 미간을 좁히고 말았고, 그런 나의 모습에 은경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자꾸 이상한 생각할래? 기도할 때 선생님은 신도들 몸에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아.”

“아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하잖아요. 몸으로 느껴지는 사랑 받는 느낌이면… 그럼 뭐 따뜻한, 그런 느낌인가?”

“흠… 따뜻한 느낌…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은경은 적절한 표현을 찾는 듯 천장을 향해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뜬금없이 그녀의 커다란 눈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은경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싹한 느낌 알지?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거.”

“무서울 때?”

은경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런데 무서울 때 솜털 곤두서는 느낌은 차갑잖아?”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선생님 기운은 따뜻하면서 온몸에 솜털이 사라락 곤두서는 그런 느낌이었어. 정확하게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굳이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이야.”

따뜻하게 오싹한 느낌이라…….

뭔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정말로 그런 느낌이 있나 하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좀 더요. 따뜻하고, 오싹하고, 또 다른 거는 없어요?”

“다른 거? 글쎄… 흠…….”

또다시 천장을 향해 눈알을 굴리던 은경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이건 집사님이 말해준 건데, 기도를 받는 사람이 선생님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기도의 효과가 없다고 들었어.”

“그럼 얼마나 가까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글쎄… 그건 모르겠네. 그때 부산에서 온 신도 한 명이 물어봤거든. 선생님 기도 받으려면 꼭 배를 타고 여기까지 와야하는 거냐고. 그때 집사님이 그렇게 대답했던 거고.”

“그렇군요.”

은경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됐지? 이제 네 차례야. 말해, 너 선생님이랑 무슨 사이인지.”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도원 원장님. 제 아버지에요.”

은경은 놀란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무언가 물으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 선생님이—.”

나는 그녀의 말을 잘랐다.

“거기까지만.”

“뭐?”

“오늘은 거기까지만 알려줄게요. 이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요. 솔직히 그렇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고요.”

“아…… 그래… 알았어….”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은경을 향해 나는 씨익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제 누나가 말할 차례에요.”

은경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무언가, 그걸 말하는 거다.

“아… 그거…….”

은경은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더니 금새 딴청을 부리며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휴대폰 화면의 날씨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어?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 너 우산 가져왔니?”

“아니요. 그런데 비 오는 거면 지금 우산이 문제가 아니라, 배가 안 뜰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아, 그렇네. 잠깐만.”

은경은 날씨 앱을 열어 바다 날씨를 확인했다.

“서해는 파도가 1에서 1.5미터래. 이 정도면 그렇게 안 높은 거겠지?”

“높은 거 아닌가요?”

“그런가…?”

은경은 휴대폰에서 나에게 시선을 옮겼고,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하루 더 묵지, 뭐. 방값도 비싼데 내일은 방 하나만 빌리자.”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고, 은경은 자신이 한 말이 쑥쓰러운지 입술을 비쭉 내밀었다.

화장기 없는 도톰한 입술.

나는 팔을 들어 그녀의 턱 아래에 손을 대고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한참이 지나 입맞춤이 끝났을 때, 그녀는 쓰러지듯 나의 품에 안겨왔고, 나는 그녀 등의 맨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말해줘요. 누나에게는 없는 나의 매력”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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