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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21
게시물ID : soda_6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56
조회수 : 7573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23/09/01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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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공장 앞에서 출근 담배를 피며 우리직원 3명 PLC 아저씨 이렇게 공장 들어갈 준비를 했음.

아저씨는 어제의 중국 무용담 썰을 풀며 우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했음. 

 

아저씨: 에고~ 어쨌든 아직은 다들 젊으니까 부럽다~ 내가 딱 그나이때만 되었어도 할일이 진짜 무궁무진 할텐데~

 

S사원: 이미 충분히...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신거 같은데요.

 

아저씨: 에고 하나뿐인 딸내미 먹여살릴라면 이제 그런거 없지..ㅎ

 

그렇게 공장에 들어가서 아저씨는 노트북을 장비에 연결하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했음. 그리고 장비가 움직이기 시작함.

어제 쭉 지켜본 결과, 아저씨는 하루죙일 터치 화면만 보고있었음. 근데 갑자기 장비가 돈다....

PLC프로그래밍을 하면 터치화면이 아니라 화면에 마치 전기 도면처럼 줄들이 있고, 거기에 사각형 그림이나 전기를 열고 닫거나하는

(전기 알못이라 하나도 용어를 표현을 못하겠네요..;) 그림이나, 접점같은 것들이 중간중간 보이고 깜빡깜빡 하면서...

아무튼 그런것들이 보여야 하는데, 이 분은 하루죙일 터치화면만 띄워두고 있었음.

그리고 어쩌다 한번씩 전화를 받으러 나가고. 

 

그래서 오전 내내 아저씨를 관찰한 결과 패턴이 동일했음. 마우스로 뭘 따각따각 하면서 터치화면의 버튼을 요리조리 만지다가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오고 나면 프로그램을 업로드하고... 다시 마우스로 터치화면만 주무르다가 전화를 받으러 가고.

그리고 다시 업로드하고..

 

이건 아바타다...! 

 

그리고 잠시 우리직원끼리 담배를 피러 나왔음.

 

나: 아무래도 저분.. 아바타인거 같아요.

 

R대리: 그런거 같아요. 아무래도 전화하는 사람이 진짜 PLC프로그램 짜는 사람이고 저분은 아무래도 그 조수...같은 느낌인데?

 

나: 아무래도 직접 일을 시켜봐야 되겠는데요?

 

그러던 와중, PLC 아저씨가 흡연장으로 왔음.

 

아저씨: 아니. 이사람들이...담배피러 갈꺼면 나도 불러주지~

 

나: 에이. 프로그램 하시는분들 일할때 흐름을 끊으면 안되죠~

 

아저씨: 그러고 보니 oo주임은 언제부터 이 일 시작한거야?

 

나: 작년에요. 중국에서 하던거 다 접고..깔끔하게 다시 입사했죠.

 

아저씨: 그래도 그정도 중국에 다녔으면 중국말은 좀 하겠구만?

 

나: 그냥 전투 중국어죠..ㅎㅎ

 

아저씨: 그래도 그만한 용기와 배포면 중국에서 사업했어도 되겠는데. 너무 일찍 포기한거 아닌가? 아깝네..

 

나: 어휴. 사업이라뇨. 지금 사장님같은 고수 앞에서 감히 사업을 했다고 말하기가 민망합니다.

 

아저씨: 음.. 뭐 사업이 별거있나.. 그건 그렇고 oo주임 내번호 잘 기억하고 있지? 언젠가 생각바뀌면 나한테 연락한번 해보라고~

중국 관련해서는 내가 아는게 많으니까.

 

하면서 자기 핸드폰으로 내 번호를 찍더니 전화를 거는 거였음.

그리고 내 핸드폰 액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내 폰에는 저장된 이름이 ooo님 이었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뭐랄까 이 아저씨한테는 이게 알 수 없는 그만의 역린을 건드린듯 했음.

 

아저씨: ooo님...

 

나: 아.. 직급을 모르니까요. ㅎㅎ 

 

아저씨: 사장님이라고 얘기했던거 같은데..?

 

나: 그럼 햇갈리잖아요. 그냥 어떤 어저씨를 부를 호칭이 없어서 사장님 이라고 저장할 순 없으니까요. 

실제 회사 사장님들 번호도 많이 저장되 있는데. ㅎㅎ

 

아저씨: 아... 그냥 호칭..?

 

그때 뭐랄까..푸근하던 아저씨 인상이 싸아아.....하면서 식는게 느껴졌음. 그때 본인도 뭔가 섬뜩한게 느껴지더라는...

오랫만에 느껴본 감정... 뭐랄까.. 중국에서 순하게 생긴 택시 기사랑 이런저런 얘기하며 하하 호호 웃으면서 가는데, 

막상 목적지가 아닌 모르는 낯선곳에 와있고. 그때 차갑게 변해있는 택시 기사랑 눈을 마주쳤을때의 느낌이랄까?

 

아저씨: 칫. (코웃음 치는 소리..)

 

나: ?? 왜요? 뭐 실수라도..?

 

아저씨: 뭐 됐고. 들어가서 일이나 하지.

 

그러더니 담배를 땅바닥에 팍! 던지더니 휭 하고 공장으로 들어갔음. 고객사 흡연장이고 되게 깔끔하게 정돈되 있는데..

갑의 을에 병인 신분으로 지금 갑 회사 바닥에 꽁초를 던져버리고 간거임. 이건 설비업계 매너가 아니지... S사원이 조용히 꽁초를

주워다 재떨이에 넣었음.

 

나: 대리님 제가뭐 실수라도?

 

R대리: 아뇨! 전혀! (도리도리)

 

S사원: 저분은 아무래도 저희 한테 과거 한창 날리던 사업가로서 대접을 받고싶었던게 아닐까요..?

 

나: ㅋㅋㅋㅋㅋㅋㅋ 장난치나. 중국 싸돌아 댕기면서 옷이나 떼다 파는거야 뭐가 그리 대수라고? 물론 용기도 필요하고 고생도 많이 했겠지.

근데 우리나라에서 자영업, 개인사업 하면서 드러운꼴 안보고 꿀이나 빠는 사장들이 있냐!? 

내가 볼때. 저 양반은 작은 떡볶이 가게 사장보다도 고생한적 없을꺼야. 저렇게 사소한일로 감정 드러내는거 봐라. 

참고, 숨기고, 숙이는 법을 모르는데 그게 사장이야? 저래가지고는 평생가도 사장 못해.

 

R대리: 한가지 확실한건. 저 양반은....우리를 밥으로 보는거 같네요.

 

S사원: ㅋㅋㅋㅋㅋ;;;

 

나: 갑시다. 간만에 갑질좀 해봐야겠네. 

 

그렇게 공장안으로 다시 들어가보니 PLC아저씨는 터치화면을 보고있었음. 마치 분노를 삭이듯 마우스에 손도 올리지 않은채로.

아이고 사장님!!!

 

나: 사장님. 우리 장비 구동한번 해보시져. 아까 제대로 못봐가지고...

 

아저씨: 그냥. ooo님이라고 부르지? 하참...생각좀 해봐. 지금 우리 나이 차이에 나한테 ooo님 이라고 불러지는지? 

 

나: 아네. 그럼 ooo님. 하나 물어봅시다. 그쪽 설비업계 경력이 얼마나 되요?

 

아저씨: 뭐...!?

 

나: 업종 전직하고 장비업계 물좀 먹었으면, 나올 반응이 아닌거 같은데. 아직 이전 업종에서 하던 버릇나오는거 보면 1년도 안됬겠는데?

ooo님. PLC 경력 몇년입니까?

 

아저씨: 허참. 못말리는 친구네. 알았어~ 장비 구동시켜주면 되지?

 

나: .......

 

그렇게 장비가 구동하기 시작하니, 장비에서 아주 작은 불편한 소리가 들려왔음.

 

"끼익~~끽 끽~~"

 

나: R대리님. 이상하죠? 

 

R대리: 네? 뭐가요? 

 

나: 지금 보세요. 소리 나잖아요.

 

R대리: 날수도 있는거 아녜요?

 

나: 잘 된 동작은 저런 소리 안나요. 바람소리 처럼 슉~슉~ 나지 끼이익! 하진 않는다구요.

 

나: ooo님. 지금 소리나는 모터 튜닝 다시 하세요.

 

아저씨: ?!?! 튜닝?!

 

나: 게인 값 다시 잡으시라구요. 소리 안나게.

 

아저씨: 게인??........;;;;;

 

나: 몰라요? 지금 제가 말하는거? 

 

아저씨: 알지...아는데...잠시만....요..

 

그러더니 다시 터치화면을 한참을 보고있었음. 

 

나: 뭐하세요? 튜닝하라니까 왜 터치작화를 보고있어요? 

 

아저씨: 잠..잠시만요. 급한 전화가 와서.;;

 

그러더니 황망하게 밖으로 튀어나갔음. 

 

R대리 & S사원: ㅋㅋㅋㅋㅋ 지금 물어보러 나갔다 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한참을 있다가 들어와서 장비에 머리를 박더니 서보엠프? 서보 드라이버? 거기에 막 뭘 입력하고 있었음.

 

나: 뭐하세요?

 

아저씨: 튜닝..하라면...서요?

 

나: 근데 왜 거기서 그러고 계시냐구요.

 

아저씨: ???

 

나: 불편하게 수동으로 하지 마시고, 노트북으로 가셔서 오토 튜닝 하세요.

 

R대리 & S사원: ......(악마다....)

 

아저씨: !?!?!?

 

R대리 : 지금부터 전화 하거나 받는거 일체 금지입니다. 업무시간에 고객사 공장와서 일하는 중에 왔다갔다 하는거 oo테크 고용한 우리 oo입장에서 보기 심히 불편합니다.

 

아저씨: ;;;;;;;;;;;

 

나: 뭐하시냐구요. 노트북에 MR Configurator 프로그램 띄워봐요.

 

아저씨: ;;;;;;;;;;;;;;;;;;;

 

R대리: 뭐하십니까? 하루 일당 60만원 받으시는 분이. 이정도도 못할리가 없잖아요?

 

아저씨: 그.....사실.....제가......PLC학교 수료한지 얼마 안됬습니다... 잘 몰라요..

 

R대리: PLC 학교요?

 

아저씨: 그....천ㅇ에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나: 아. 두ㅇ동 2캠? 2개월 강의 PLC 수료증?ㅋㅋㅋ

 

아저씨:!!!!!

 

나: R 대리님. K팀장님한테 전화좀 해주세요. 그리고 oo테크 사장한테도 해서 우리 교통정리좀 해야겠네요. 

 

R대리: 이미 전화번호 치고있는 중입니다. 

 

R대리는 심각한 얼굴로 공장 밖으로 나갔음. 

 

나: 사장님. 뭐 월급쟁이가 위에서 까라면 까는거죠. 사장님이 뭔 잘못이 있습니까? 걱정마시고 여기 앉아서 쉬고 계세요.

저희도 담배한대 피러갈랍니다. 같이 가셔도 되구요.

 

아저씨: 그럼 저도 전화좀 해야해서...

 

................

 

그리고 그날 실세 K팀장은 난장을 피우며 영업팀을 갈아 엎었고, 이 PLC아저씨는 다음날부터 종적을 감추었음. 

일당 60만원으로 3일 출근한 건은 일당 15만원으로 값이 바뀌었음. 솔직히 15만원도 아깝지만 상도덕이라고 생각하고...

예상대로 oo테크에는 PLC부장이 있었고, 그분이 진짜 중국 현지에 살고있으며 중국어가 능통한 사람이라고 함. 현지에 있기에

아바타가 필요했고, 중국어에 PLC학교 수료한 이 아저씨를 사원으로 뽑아 대신 땜빵을 시킨거였음. 그리고 이 아저씨를 중국출장때도

보내서 일당 90만원씩 거져 먹으려고 했던거고. 이 아저씨는 적성이 사장이 아니라 배우를 했어야 했는데...

 

우리가 PLC인력을 사용하는 시간 최대 20일로 잡고 있었는데, 만약 이 아저씨가 출장을 나오면 PLC일이 없더라도 매일 90만원

꼬박꼬박 나갔을거임. oo테크와 우리 회사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교통정리 결과는 나쁘지 않았음.

한국에서 작업하는건 중국 현지의 부장이 프로그램을 보내주면 R대리가 받아서 업데이트 해주는걸로하고, 이상이 있으면 다시 피드백주기로.. 그리고 한국에서의 작업은 비용을 안받는걸로.

 

그리고 중국출장때는 그 PLC부장은 상해쪽에 살기 때문에, 공장에 출근하는 날만 90만월을 받는걸로.ㅋㅋㅋㅋ

 

R대리: 주임님. 근데 오토튜닝이랑 그런거 어떻게 아세요?  

 

나: 몰라요. PLC하나도 몰라요 저는. 그냥 예전 회사에서 어께 너머로 본것들 막 던져본거 뿐....ㅋㅋ

 

S사원: 근데 이거면 우리가 세이브한 돈이 얼마인거에요? 완전 이득본거 같은데요?

 

R대리: 일단 쓸데없는데 날릴돈을 세이브 한거지. 90만원은 여전히 너무 쎄. 그래도 일단 프로젝트 성공에 좀더 다가갔다 봐야지.

 

핸드폰을 열고 ooo님 을 ooo사원님 으로 수정했음. 아. 이제야 뭔가 보기좋네.

 

그렇게 경북에서의 일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고, 5일째 되던날 본인과 S사원은 본사로 돌아왔음. 남은 셋업기간 1달은 고객사의 

검수일정이라, R대리는 경북 숙소에 남아 설비가 중국으로 나갈때까지 관리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음.

그렇게 1달의 시간동안 다시 공부하고, 코드보고... 시간은 금방 흘러 드디어 장비가 중국으로 갔다는 얘기가 들려왔음.

그리고 복귀한 R대리를 본사에서 만났음.

 

R대리: 주임님!!!

 

나: 와!! 대리님 고생 많으셨어요!!!

 

R대리: 에이~~ㅎㅎ 우리 이번주에 중국 출발 합니다. 중국에서도 잘 부탁드릴께요.

 

나: 중국에서는 제가 또 지금과는 다를겁니다..ㅎㅎ 맡겨주세요^^.

 

S사원은 영상기술팀 이었기 때문에 중국 출장은 나가지 않게 되었음. 이제 R대리와 나. 둘이서 상해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하는

상황이 된거임..!

 

경북 셋업 복귀후 어느날...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영업부장이 나왔음. 근데 눈빛이... 적의가 가득한거임...!?

본인은 본능적으로 핸드폰의 녹음버튼을 누르고 주머니에 넣었음.

 

영업부장: 야. 

 

나: 네??

 

영업부장: 나대지 마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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