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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을 보내고 오는 길
게시물ID : soju_569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싸는애
추천 : 11
조회수 : 228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23/03/26 20:23:04
사실 많이 봐왔던 삼촌도 아니다 
내 나이 37 삼촌은 이 중 30년정도를 정신병원에 있었으니까 
조현병 비슷한걸 앓은지 그 정도나 된거다 

사실은 작년 뇌전이 제거 수술을 한 우리 엄마가 외가 친척들 중 가장 처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다 금요일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했고 난 태안 출장을 끝내고 부려부랴 올라갔다 
와이프에게 이야기하니 첫마디가 그거였다 
'안쓰럽다..'

세상에 안쓰럽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싶다만은 삼촌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젊어 정의롭고 용감하고 따뜻했던 동물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던 만화속 주인공같던 삼촌은 젊은 시절 큰 충격에 조현병을 앓고 그 이후 거의 평생을 정신병원에 갇혀 지냈다 

삼촌을 화장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삼촌을 묻어드리러 가는 길 큰외숙모가 말씀하셨다 
'좋은 기억이 남았으니 됐다.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좋은 남자였고 좋은 삼촌이었고 좋은 오빠, 형이자 동생이었다 
삼촌들끼리 싸움이 있었을때 큰외삼촌이 술드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고 한다.

'xx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싸우지 않았을텐데..'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렸을적 그는 비록 정신병원에 있어 많은 이야기를 나눈적은 없었지만 그는 내 영웅같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늘 그에관해 이렇게 말해주었다
'남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늘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었어 엄마가 니 삼촌 놀리고 도망가는걸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참고로 엄마는 육상 선수였음;)

많이 본적도 없는 그 분을 나는 속으로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그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나에게 늘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어렸을때 정신병원 면회를 가면 나는 총각 냄새에 어린 마음에 눈쌀을 찌푸린 적도 있었다 빠진 두 앞니 사이의 혀를보면서 놀란 적도 있었다

그치만 지금 37살이 되어 영정 사진이 되어버린 그 웃음을 보니 너무 따뜻한 웃음이었다 날 보며 짓던 그 웃음의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는 것같았다 따뜻하고 믿음직했다.

삼촌은 영정사진 속 미소를 통해 내게 말했다.

우리 형제 중 누군가 가야한다면 내가 갈테니 니 엄마는 더 챙겨주라 니 엄마가 죽을 것같이 힘들고 괴로워도 아무것도 못해줬던 오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인 것 같구나 그리고 권투 좀 해라 니 주먹은 권투를 해야해 삼촌이 병원에서 나가면 가르쳐주려했는데 이젠 그렇게 못하게 되었으니 니가 좀 배워라


총각 냄새가 풀풀 풍기던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었던 그치만 형제 사촌들이 모여 따뜻하게 보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던 

이용표 
삼촌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게 영웅같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엄마가 의지했던 당신의 옛모습과 내게 따뜻했던 미소 평생 기억할테니 걱정하지마 
삼촌이 병원에 안있었다면 막내삼촌보다 더 친했을지도 모른다고 엄마가 그러더라 그치만 나에겐 이미 충분할만큼 편하고 친하고 좋은 사람이었어 철없는 아빠한테 힘들던 내게 한 귀퉁이에서 힘이 되어줬던 삼촌 고맙고 감사합니다 

좋은데로 가 그리고 먼저 할머니께 가 그리고 할머니께 내가 아직도 사랑하노라고 너무너무 보고싶노라고 전해드려 
그러면 곧 우리 애기들 데리고 산소 갈게 
삼촌 나 애기 낳은 것도 몰랐잖어 그때 보여줄테니까 봐 
사진 보여주고 싶었는데 코로나다 뭐다 면회도 못따라갔네 
외숙모가 그러시더라 삼촌은 이미 다 아신다구

고마웠어 이 정도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명절때 면회라도 따라갈걸..

못본지 10년이 된것같은데 마지막 모습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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