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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일가족 구해주고 도망친 썰...
게시물ID : military_610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nurmark
추천 : 12
조회수 : 1748회
댓글수 : 56개
등록시간 : 2016/02/01 11: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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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시각장애인 구한 해병대 병장 이야기를 보니까... 옛날 일이 생각이 나네요...

때는...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초... 7월말에 특명 받아놓고도 부대 해상침투훈련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특명 후에는 진짜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데, 해상침투훈련이라뇨... -.-;;;

속으로는 오만 욕을 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동기(같은 날 입대, 같은 날 특명 받은... 진짜 동기)랑 같이 서해 모처의 해상훈련장에 도착.
숙영지 편성하고 어쩌고 하면서 첫날 훈련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대대 주임상사님(우리는 여단 HQ라서 1/4로 나눠서 대대의 훈련에 동참하는데,
그 대대의 주임상사님이 평소에도 자주 뵙는 분이죠. 더구나 같이 간 동기가 여단 인사처 '하사관계'라서 더더욱...)이 우리를 보더니,
"니네 제대 안 했나? 아직도 군대에 있나??? 말뚝 받은거냐?" 라면서 놀리시고는... 
첫시간인 몸풀기만 하고서 열외시켜주라고 교관들에게 얘기하더군요.
"절마들 사고나면 대대에서 책임져야 하니 귀찮아 지지 않겠습니까요?"
(대대 주임상사나 대대본부 계장-보급계, 행정계, 교육계 등등... 이런 보직을 합쳐서 행정보급관으로 바뀜- 급들은 대부분 일등상사(원사)이고,
저런 훈련나가면 교관단은 해당 교육-해척조, 레인저, 강하조장 등등- 수료한 중대장, 지역대장급이고 중사, 상사 들이 조교인 구조)

암튼 그렇게 훈련 일과에서 공식적으로 열외된 우리는 따로 할 게 없으니... 다음주에 훈련 참석(이라고 쓰고 참관이라고 읽는)하러 오신다는 여단장님 훈련장내 숙소를 관리하러 미리 내려 온 관사병과 함께 대대 주임상사님 밑에 임시로 편속되어서 숙소 청소니 뭐니 잡무를 봤습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느 정도 관리 끝나고는 진짜 할 일이 없어서... 부대 훈련장 인근에 위치한 민간해수욕장에 침투해서는 휴양객들 옆에서 놀다가 오고 그랬죠.
이제 우리도 며칠만 있으면 민간인이다... 라는 마음과 해수욕장의 민간인(특히... 우리와는 염색체가 다른 그...녀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좋았고, 해수욕장의 먹거리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했었습니다.


그 날도 오후에 대충 끝내놓고 일찌감치 넘어가서는 신나게 물장구 치면서 놀던 중, 물때가 되어서 슬슬 넘어가야겠다 하고 준비중이었습니다.
(부대 훈련장과 민간 해수욕장 사이에는 뭍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작은 물길이 하나 있는데... 
이게 밀물이 들어 오면 폭이 엄청나게 넓어지는데다 물살이 꽤 센지라 소주 마시고 헤엄쳐서 건너다가 사망한 사례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쪽에서 웅성 웅성 시끄러운데다가 고함치는 소리도 나서 보니까, 갑자기 들어 오는 밀물에 아이엄마를 포함한 미취학인거 같은 남여 아동1명씩해서 일가족 3명이 제때 못 들어 오고, 저 멀리 갯바위에 올라가 있는겁니다.
서해 밀물/썰물 경험하신 분은 알겠지만... 갯바위가 분단위로 잠기는게 보일 정도로 급격하게 차오르죠.

당시는 워낙 예전이라서 어지간한 해수욕장에 다 있는 해경이나 소방 구조대, 안전감시요원 등이 따로 없고,
해수욕장 상가 자치회 등에서 파라솔 관리나 하면서 안전감시도 하던 그런 시절이라서...
휴양객들를 비롯해서 다들 발발 동동거리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리 3명 (저, 동기, 관사병)은 들고 있던 매트리스 튜브(야전 훈련시 바람불어서 매트리스로 쓰는 길고 편평한)를 들고서 바로 뛰어 들었습니다.

들어 오는 물때라서 가까워 보이는 갯바위까지 한참 걸리더군요. -.-;;;
그 사이에 갯바위도 완전히 물에 잠겨서 아이 어머니는 아이들 태운 튜브 잡고서 겨우 갯바위에 매달려 있는 상태...
때 마침 도착해서는 매트리스 튜브에 일가족을 태우고는 되돌아서 다시 백사장에 발을 딛고 나니까 긴장이 풀려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겠더군요.
저희나 아이 어머니나... 애들은 갯바위에서부터 계속 울고...

암튼 그러고 나니까 퍼뜩 든 생각!!!
'아차 우리는 지금 엄연한 "탈영" 상태 잖아!!!'
주저 앉아 있는 애들 챙겨서 물길을 헤엄쳐 건넌 후에 숙영지에 몰래 스며든 후에 아무일 없었던듯이 저녁 먹고 일과정리 후에 점호 준비하고 그랬습니다.
그 날 저녁 일석점호. 보통은 훈련지의 점호라 훈련중 부상자나 내일 교과에 대한 준비 등등이면 끝나는데, 대대장님 전달 사항이라면서...
"오늘 오후 인근 삼*해수욕장에서 조수간만시 조난자가 발생할 뻔 했는데, 지나던 군휴가자로 보이는 청년들이 무사히 구했다고 한다.
대대 해상훈련 교관단은 과업시간 중의 조수간만에 대해서 사전에 파악해서 면밀히 대비함은 물론 대대병력들도 훈련을 충실히 소화해서 군인의 존재의의인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언제 어디서나... 즉, 작전 뿐만 아니라 인명구조 등에서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정예 특전병이 되어야 겠다" 라면서 훈시를 전달했음... ㅋㅋㅋ

다음 날 오전에... 대대 주임상사님이 "어제 글마들 너희지?"... 
전날 저녁에 상가 자치회장(대대장이나 주임상사는 저녁에 훈련장 인근 지역유지나 군수, 경찰서장, 지역 군부대장 등과 식사자리하곤 함)에게 
대충 전해 들은 얘기가 촌스런 수영팬티를 동일하게 입고(우리 부대는 각 대대나 본부대, 통신대별로 사제 체육복, 수영복 등이 통일되었음) 부대번호 적힌 매트리스 튜브를 들고서는 
상인회에서 고맙다고 저녁 식사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어디셔 오셨냐고 인적사항을 물어보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부대 훈련장 쪽으로 뛰어간...
(이게 얼마나 급한 마음이었냐면... 보통은 부대쪽에서 물길 건너서는 내륙쪽의 해송림을 통해서 민간해수욕장 입구로 해서 거꾸로 다니고 했는데... 바로 백사장쪽으로 내달린거였습니다. ㅋㅋㅋ)

암튼 고생했다고 하시면서 휴가자나 정식 훈련중에 구조활동을 했으면 상부에 보고해서 표창장이라도 받아주겠는데...
당신도 열외시켜준 죄가 있어서 가만 있었다... 그러니 니들도 걍 말년에 사람 살리는 좋은 일 했다는 추억을 간직하고 가라... 면서,
그날 오후에는 대대 해척조 시켜서 따온 전복하고 훈련장 백사장에서 채취한 골뱅이, 맛 등을 양동이채로 가져다 놓고는 우리 4명 + 오며 가며 지나가던 대대 상사님들 해서... 소주를 거의 두짝... 그것도 예전 25도짜리 두꺼비로만... 마시다가 모래사장에서 얼굴 박고 잔 재밌는 추억도 선사해주셨죠...
(아마도... 4명이서 한짝 마셨을 겁니다. 대대 선임하사님들은 중간 중간 왔다 갔다 하시면서 조금씩들만 했으니...)
출처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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