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맑은 소리가 보도 블럭에 울려퍼진다.
소리의 정체는 500원짜리 동전 한 닢.
버스를 놓칠새라 달리던 한 여사에게서 떨어져 나온 모양이다.
녀석은 야속하게도 내앞으로 굴러와 나를 희롱한다.
100원도 1000원도 아닌 500원짜리 동전 한 닢이 나를 빛바라게 만든다.
어쩌면 500원짜리 복권을 사 대박을 터트릴수도 있는 동전 한 닢
날 괴롭히던 녀석에 대한 작은 복수로 그를 집어 여사가 타고있는 버스에 올라탄다.
그러곤 기사에게 승객분이 떨어트렸노라며 녀석을 건낸다.
녀석을 보고 웃으시던 기사를 뒤로한체 다시 땅에 발을 디딘다.
절그럭
등뒤 너머로 들려 오는 처절한 소리
야속하게도 기사는 녀석을 돈갑에 넣고 만다.
그러자 몰려드는 안도감과 자괴감.
나는 어떤 결말을 원했기에 이다지도 허무한 것일까.
차디찬 어둠만이 내곁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