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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 감형, 판사는 과연 이성적인가, 사이코인가?
게시물ID : sisa_11846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와고독
추천 : 3
조회수 : 76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11/27 16: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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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세 사람의 인명을 앗아간 사건이라 사형에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였던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오권철 판사에 이어서 정인이 사건에 대해서 무기징역을 감형한 성수제의 이번 판결에 대해 여론의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판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 대중들 중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판사는 대중과 달리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사건을 실제로 자세히 보면 여론만 따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사실 화가나고 흥분해서 엄벌을 요구하는 대중은 얼핏 보기에도 이성적이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실제로 철학적,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이런 식의 생각이야말로 정말 순진하고 바보 같은 생각입니다. 


정인이 양모를 감형한 성수제 판사도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만 쫓을 수는 없고 계획성이 없었기 때문에 등등의 사유를 양형에 참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고 하죠.

 

그래요, 맞는 말이예요. 재판이 감정적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 죄질을 살필 때 구체적 정황을 고려해서 기존 판례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여기까지는 맞는 말이죠. 판사들만 그런 생각할 줄 아는 거 아니고 나도 그정도는 알아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당신들이 모르는 게 있어요. 그런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본인들의 그런 판결이 논리적, 이성적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죠. 결정적으로 성수제 니 말이 다 맞다고 쳐도 이 정도의 범죄에 대해 적정한 형량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니고 30년, 35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이성적이고 합리적 근거가 있냐는 물음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수 있죠? 사실 그런 건 없어요. 적정 형량은 결국 이성이 아닌 상식적 정의관념, 엄밀히 따져서 감정의 영역일 뿐이예요. 결국 무기징역은 감정적이고 35년이 더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할 딱히 무슨 합리적, 이성적 근거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는 겁니다. (성수제가 밝힌 모든 양형 근거들을 다 인정한다고 해도 말이죠!)


정인이 양모를 감형한 성수제나 세 사람을 살해한 김태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오권철 같은 사람들은 그럼 왜 그런 판결을 내렸을까요? 사람은 동기가 없을 순 없어요. 그런데 이성적, 합리적 동기로 설명이 안 된다면 그 동기는 비이성적, 감정적인 무엇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죠.

 

실제로 인간은 원래 욕구를 이성으로 합리화하지 그 반대는 아니라는 것은 철학과 심리학의 정설입니다. 오권철이나 성수제 판결 같은 종류의 사건들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죠. 애초에 대중과 여론을 쫓아서는 안 된다, 그들과 달라야 한다는 욕구, 동기가 먼저 존재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할 이유들을 찾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심리는 인간의 속물 근성 중에서도 가장 가증스러운 종류 중 하나에 속한다고 나는 봐요. 왜냐하면 이런 식의 심리일 수 있기 때문이죠.


"내가 저들 울부짖는 대중들의 요구를 따른다면 내가 저들과 다른 게 뭐가 있겠는가? 나 같은 고상하고 이성적인 판사님이 그럴 순 없지. 그리고 니들이 아무리 떠들고 악을 써도 나는 너희들의 그런 난리부르스를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런 난리법석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게 바로 나의 권력이란 말이지."



공감이나 옳고 그름에 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없는 거죠. 그런 요구에 공감하고 수용해야 할 것인가,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면 거기엔 어떤 이성적 근거를 내가 제시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없어요. 무조건 여론을 쫓아야 된다거나 공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든 거부하든 간에 거기에 어떤 이성적, 합리적 근거를 내가 제시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 봤어야 한다는 거예요. 오권철이나 성수제 같은 사람들은 그런 고민 대신 인간의 가장 속물스럽고 유치한 욕구에 충실하면서도 이성적 판결이라는 허영심만 가득했던 게 아닐까요?

출처 https://blog.naver.com/novushomo/22258023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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