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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게시물ID : freeboard_2022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RiPark
추천 : 1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4/03/17 01:13:27

모닥불에 옹기종기 앉아 그렇게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은

불현듯 등 뒤에서 튀어나와 지켜보고 있었다던 낯선이의

가시돋힌 목소리에 모두 숨을 죽이게 되었다.

 

물론, 사회적으로 용인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적으로 상상하지 못해야 할 만큼 끔찍한 일의 모의도 아니었다

그 시간과 따뜻한 모닥불의 온기가 조금 느슨해진 마음을

익숙한 얼굴들과 속 터놓고 한 이야기였다.

 

미안하다, 낯선이는 상투적인 말투만 툭 던져놓고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방금 전 까지 어둠을 쫓던 모닥불은 분명 조도가 낮아지지 않았음에도

둘러앉은 이들은 어쩐지 더 어둡고 춥게 느껴진 한기에

누군가는 숨 죽여 흐느꼈고 누군가는 하려던 말을 하지 못 했다

 

그렇게 한층 추워지고 어두워진 모닥불가의 시간은

시위를 떠난 살 처럼 바삐 어둠을 쫓던 단란했던 시간은 간데 없이

편집증 환자가 세는 초시계 처럼 째깍 째깍,

분명한 소리로 매 초를 세어 더디게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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