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 보자.
'아무것도 없다.'
말 그대로 null. 0이라는 개념조차도 정의되지 않은 오롯한 공백.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무의 상태다.
여기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신비한 작용에 의해 'a' 라는 대상이 정의되었다고 가정한다.
'a'가 정의된 순간 'a'는 'a'와 'a'의 여집합인 나머지 모두로 구분된다.
여기서 말하는 '나머지 모두'에는 또 다른 'a'가 있을 수도 있다.
당연하지만 '나머지 모두'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모든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며, 어느 'a'가 정의되더라도 그 성질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a'의 여집합에 존재하는 또 다른 'a'를 'ac'로 부르기로 한다.
그럼 'a'와 'ac'는 동일한 'a' 인가?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보편적인 질문으로 바꿔보도록 하겠다.
'나'와 '복제된 나' 는 동일한 '나' 인가?
자기정체성 측면에서야 이것저것 할 말이 있겠지만 하나 분명한 건 'a'와 'ac'는 서로 구분되어 있는 두 개의 'a'이며, 우리는 그것을 구분할 수 있고, 만약 구분할 수 없다면 그 두 개의 'a'는 동일한 'a'라는 결론이 나온다.
자, 그럼 여기서 약간 관점을 바꿔서 '영어 알파벳 첫 번째 소문자'를 정의해보도록 하자.
'a'와 '영어 알파벳 첫 번째 소문자'는 서로 다른 'a' 일 수도 있고, 동일한 'a' 일 수도 있다.
핵심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정의가 하나의 원소를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하나의 원소가 정의될 경우, 이 원소는 침해될 수 없는 고유의 '점'에 대한 지위를 점유한다.
여러 정의가 하나의 '점'에 할당된 원소를 지정하고 있을 경우, 이 원소는 '같은' 원소이다.
두 개의 원소가 같은 점에서 정의되는 것을 'p'
두 개의 원소가 동시에 정의되는 것을 'q' 라고 할 때,
1. 두 개의 원소가 다른 점에서 정의될 경우, 두 개의 원소는 동시에 정의될 수 있다. (~p→q)
2. 두 개의 원소가 동시에 정의될 경우, 두 개의 원소는 다른 점에서 정의된다. (q→~p)
3. 두 개의 원소가 동시에 정의되지 않을 경우, 두 개의 원소는 같은 점에서 정의될 수 있다. (~q→p) (1번 명제의 대우)
4. 두 개의 원소가 같은 점에서 정의될 경우, 두 개의 원소는 동시에 정의될 수 없다. (p→~q) (2번 명제의 대우)
결론.
두 개의 원소는 한 점에서 동시에 정의될 수 없다.
각 원소는 시공간적으로 서로 다른 '점'이 할당되어야 하며, 두 '점' 사이의 시공간적 거리는 0이 될 수 없다.
즉, 자연수 2가 1에 의해서 정의되고, 자연수 1이 2를 정의하기 위한 정의역으로서 치역인 2와 동시에 존재할 경우, 자연수 1과 2는 같은 점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