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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패배 그리고 미스테리
게시물ID : sisa_3408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genais
추천 : 4
조회수 : 4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30 23:03:37

 대선의 후유증이 몰려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장식한다. 진정한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무엇일까.

1. 우선 대학동기 L군으로부터 간단한 데이터를 빌려오겠다.

15대 대선 김대중+권영길(10,632,301표) : 이회창+이인제(14,858,309표)
16대 대선 노무현+권영길(12.971.425표) : 이회창 (11,443,297표)
17대 대선 정동영+문국현( 7,550,179표) : 이명박+이회창(15,052,070표) :
18대 대선 문재인 (약 14,500,000표) : 박근혜 (약 15,500,000표)

 위 숫자를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보수당의 지지층은 그 숫자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15,000,000명 내외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심지어는 IMF가 터진 이후인 15대 대선에서도 보수층의 숫자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로부터 "지난 정권이 실패하면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명제가 깨진다. 보수당의 경우에 정권심판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2) 인물이 보수층에 주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은 전과18범이었으므로 좋은 예였으나, 이회창의 존재로 표가 분산되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분명히 알 수 없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는 여성이었으나, 동시에 박정희의 딸이었기 때문에 보수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다.
3) 정책은 보수층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는 전통적인 보수당의 스탠스를 버리고 복지를 키워드로 삼았으나 지지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물론 상대적 보수당의 스탠스는 유지했기 때문에 이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2. 이러한 보수 결집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제 웹을 뜨겁게 달군 어떤 글은 이의 원인이 지역성이라고 규정짓는다. 이의 내용은 보스턴 김 사장이 잘 요약해주었다. 요약하자면 경상도 사람들이 무조건 보수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전라도는 진보당에 90%의 몰표를 주고 경상도는 60-70%를 주지만 인구에서 경상도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보수당이 유리하다. 실제 2011년을 기준으로 한 인구는 대략 아래와 같다.

경상도 (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 1300만
전라도 (광주, 전북, 전남): 500만
충청도 (대전, 충북, 충남): 500만

이는 진보당 후보가 전라도, 충청도에서 100% 득표를 올려도 경상도에서 77% 득표한 보수당 후보와 득표수가 같음을 의미한다. 수도권에도 각 지역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많고, 수도권에서 태어난 지역 연고가 없는 젊은이들의 표를 얻어야만 하는데 이들은 무조건 진보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결국 진보당은 조금만 잘못해도 이길 수가 없고, 보수당은 커다란 잘못을 해도 아주 유리하다.

 글의 논지를 인정한다면 진보당이 승리할 방법은 3가지 가운데 하나이다.
1) 경상도의 세대 교체
2) 경상도 출신 대권주자
3) 수도권 연고없는 젊은층의 막대한 지지


3.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 간 차이도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20,30대 젊은층보다 50,60대 노년층의 인구수가 더 많은 최초의 선거였다. 노년층의 높은 투표율을 고려할 때, 나같은 진보지지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애초에 이길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한 선거였다. 또한 더욱 우려되는 것은 5년 뒤에는 50,60대 노년층의 인구수가 20,30대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자민당 장기집권과 같은 경직된 정치구도가 전망된다.


4. 숫자만 차갑게 바라봤을 때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지당은 결정되어있고, 결정된 지지당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숫자가 과거 보수당에게 절대 유리하게 결정되었고, 젊은층 숫자가 적으므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를 지역인구에 대입해보면 그 결과가 거의 맞아떨어진다. 그러므로 지역인구와의 상관관계는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이러한 숫자 분석으로 알 수가 없다. 그 점에서 2번 글도 100% 진리는 아니다. 또한 나는 문재인이 이번에 부산에서 40% 지지율을 기록한 것에 주목한다. 이는 노무현 때의 30%에 비해서 높아진 수치이다. 하지만 이 수치가 진보층의 투표율을 높인 것 뿐이라면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 결국 출신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의 표수를 가져오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2번 글의 주장에 대한 반례에 해당한다. 지역성은 중요하지만, 지역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얻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수적 스탠스가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여전히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대선결과에서 민주주의의 비이성성을 목격한다. 당장 나도 문재인 의료공약 별로였지만 문재인 지지했다. 왜? 다른 정책 대부분에서 문재인쪽이 더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일까? 정책이 더 이상했다고 내 스탠스가 바뀌었을까? 나는 애초에 진보지지자이다. 이유로 드는 논리는 합리화일지도 모르지. 나이 젊은 나도 이런데 어른들은 다르겠는가. 내 아버지도 박근혜를 뽑은 여러 근거를 말씀하시지만 그게 진짜 원인일까? 나는 박근혜 지지자들의 논리가 얼마나 엉성한지 대선기간동안 충분히 보아왔다. 민주주의는 비이성의 충돌이고, 그 구도가 애초에 불균형하다는게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결론일 것이다.

 내 이런 결론이 더욱 암울한 점은, 진보층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1) 경상도 출신이 대선에 나와도 이미 성향이 결정된 보수당 지지자들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것이다.

2) 또한 75.8%라는 높은 투표율은 고정된 보수층 지지자들의 숫자로 볼 때 거의 진보층 지지자들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지역 간 대결의 구도도, 세대 간 대결의 구도도 불리하다. 결국 보수의 분열 외에는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없어보인다. 결국 안철수가 진보측 대선주자가 되지 않는 한 애초에 승리의 가능성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딱 한 가지 내가 품고 있는 의문은 16대 대선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이 승리한 것은 해석이 쉽다. 다른 모든 원인보다 이인제로 인한 보수의 분열이 가장 주효했던 것이다. 이인제 때문에 김대중은 승리했다.
 그런데 16대 대선에서는 놀랍게도 보수층 지지자들의 숫자가 유의미한 정도로 감소했다. 대체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정몽준과 노무현의 단일화 때문이라고 봐야할까? 하지만 정몽준을 지지했던 보수표가 저 단일화로 노무현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다른 대선 결과를 근거로 할 때 일어나기 힘들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이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무너뜨리며 승리했던 것은 가장 놀라운 불가사의이다.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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