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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훈련기간동안 아버지께 받은 편지
게시물ID : military_226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과의사
추천 : 4
조회수 : 7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29 00:36:23

2009년도 논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기간 동안에 아버지께 받은 편지 올려봅니다



 사랑하는 아들 xx에게

 씩씩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네 편지 잘 받아보았다. 평소 생활과 다른 일과라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겠지. 네가 이 편지를 받는 때쯤이면 교육 일정상 더욱 고될꺼야.

 지금 이 곳은 봄기운이 완연하단다. 이런 저런 세상사가 사람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경제난으로 인해 취직이 안된다는 젊은이들의 하소연이 애달프고, 그런 가운데 세월은 흘러가고, 이렇게 세상은 바삐 움직이고 있단다.

 아빠, 엄마, xx(동생) 모두 잘 지내고 주위 친지들도 평안하단다. 새벽이면 네 방문을 습관처럼 열어보고 텅 비어있는 아쉬움을 느끼곤 하지. 얼마 후면 만난다는 정해진 일이건만 비어있는 네 침대에 앉아보고 너를 느껴보는것, 이게 부모의 심정이겠지. 너도 객지에서 학교에 다닐 때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낼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겠지.

 사랑하는 아들, 군대라는 사회는 겪을 때는 고달프고 원망스럽기까지 하지만 사나이 일생에 좋은 추억거리와 세상을 이겨내는 용기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아빠는 35개월의 군대생활을 했지. 처음 입대할 때는 막막하기만 했는데 후울쩍 잘도 지나더구나. 아들도 요즈음 시간이 엄청 느리다고 여겨질꺼야.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힘들겠지. 제식훈련, 총검술, 사격훈련, 행군, 각개전투 등 네 훈련 일정이 주마등처럼 예상되는구나. 그러나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상황을 경험하겠니? 육체적인 경험이야 다른 상황(운동, 등산등)을 통해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집단적으로 수용된 상황에서 체험하는 정신적 체험은 세상을 살면서 소중하게 작용하리라 믿어.

 xx아. 이제 볼펜으로 써야겠네. 어제 학교에서 이 글을 쓰다 엄마와 등산 가느라고 서둘러 나와 완성하지 못했지. 수통골. 저번에 가보지 못했던 코스를 돌면서 네 생각에 잠겼지. 철사다리코스도 있고 더욱 절경이더구나. 오늘은 일요일이라 더욱 여유가 있겠지. 지금이 6시. 옛날같으면 아들. 꿈나라에 있었겠지만 기상소리에 억지로 눈을 비비며 일어가고 있겠구나. 피곤하지?

 38년전 아빠가 훈련소에 입대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고 너의 모습과 교차시켜본다. 시절도, 환경도, 음식도, 사람대접도, 교육내용도 지금과는 엄청 달랐지. 숨도 못 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나를 맡기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곤 했었어. 지금은 모든게 개선되어 쾌적한 가운데 사람대접을 받으며 교육한다지만 훈련병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의 너나 다를 바 없겠지.

 오늘은 여유를 가지고 휴일을 보내겠구나. 성당에도 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단다. 고달픔이 있으면 언제나 그 끝이 있는게 인생이야. 막막한 심정으로 42.195 km에 나서면 어제 뛸까, 가쁜 숨을 몰아쉬고 포기하고픈 유혹,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과 싸우다 보면 결승점에 도달하더구나. 그때의 기쁨은, 뿌듯함은,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단다. 아들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훈련에 임해주렴. 이제 시작이지만 끝은 다가오고 있으니까.

 훈련과정, 어렵고 거칠지만 몸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건강이 최우선이야. 나머지는 의지가 아니겠니? 우표 보낸다 xx연락건 처리했다. 또 만나자. 잘 있거라


 우표 20장 보낸다.

 전우들과 나눠써라.

 야구 10:2 승리장면 보면서 너와 함께 했다. 대한민국 홧팅! xxx홧팅! 힘내라

 




 직업 특성상 딸랑 4주 훈련 받고 근무지에 배치받고 병역의 의무 다 했습니다. 물론 현역병 분들에 비해 너무나도 편하게 병역을 치루었습니다. 지금도 불철주야 우리나라를 지키시는 현역병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딸랑 4주 훈련 받고 또 28일 후에 만나게 될 텐데 아버지의 편지가 너무 오버스럽지 않나 비춰질까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4주간의 훈련기간동안 부모님과 주고받은 편지가 제 가족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 추억을 오유분들과 공유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은 독실한 카톨릭(천주교) 신자이시고 저도 카톨릭 신자인데 저는 초코파이와 호국연무사 스님때문에 종교활동은 항상 불당으로 향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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