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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1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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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자체가 베네수엘라에서 프로그램 구매한 사람들 조롱하려고 하니 반대를 받죠.
베네수엘라에서 구입한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정품구입해서 사용하라는 말로 마치 베네수엘라에서 구매한 사람들인 비정품 사용자였던양 말하는데다가
이 행위가 부당이득?
이전 글에서 인생을즐4님 댓글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파는 같은 물건이 환율차이로 인해 어느나라에서 직구하는게 더 싸다면 소비자가 거기서 주문해 사는 것이 바로 직구입니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물건 팔러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도 글로벌 시장으로 물건 사러 나가는 세상이죠. 문제는 나라마다 돈의 가치가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고, A나라 사람이 A나라 안에서 a라는 물건을 살때 느끼는 부담감과 B나라 사람이 B나라 안에서 a라는 물건을 살 때 느끼는 부담감이 같다고 할지라도 A나라 사람이 B나라에서 a 물건을 살때 자국에서 사는 것 보다 훨씬 적은 비용 부담을 받게 되는 상황이 나는 겁니다. 이 경우 A나라 사람들은 자국내에서 a를 사지 않고 가능한 한 B나라에서 주문하건 여행가서 사건 이렇게 시도를 하겠죠.
기업들은 이 경우 자신들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이런저런 방어책을 만듭니다. 해당 나라에 파는 물건의 버전을 특수한 현지화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샀을때의 가치를 떨어뜨리거나(소프트웨어의 경우 현지 언어 전용 버전으로 만드는 경우), 약관으로 막거나, 타국에서의 원거리 구매를 방지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거나(지역락을 걸거나 구매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해 접속을 막거나 등) 이런 식으로요. 마소의 경우 워낙에 광범위하게 글로벌 장사를 하는 기업인데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특성상 구매자가 언제 어디서나 배송에 관한 리스크(배송비용이나 배송사고 등) 부담없이 원거리 구매를 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죠. 더구나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전의 CD, DVD 등의 패키지 판매에서 점점 온라인 다운로드 스토어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제작 기업들에게 해외 시장 진출의 허들을 확 낮춰줌과 동시에 재고 관리, 배송, 창고부지 확보 기타 등등 어마어마한 비용 절감을 가져다 줬습니다. 물론 그 대신 소비자들이 여러 나라의 환율에 따른 가격비교 소비 역시 가능하게 만들었죠.
온라인 다운로드 스토어 형태의 판매방식은 이제 막 발전을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일어나고 있죠. 이런 부분들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아직 한참 더 발전해야 하고 소비자들 역시 이제 겨우 익숙해져 가고 있을 뿐이에요. 분명한건 이런 형태의 시장 형성이 기업과 소비자 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란 겁니다.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 역시 초거대 기업이자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의 베테랑 중 베테랑인 마소조차도 이런 시행착오를 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걸 단순히 소비자들이 트롤링을 했다,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하기엔 마소의 대응조차도 자기네 약관이 정확히 이 경우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어요. 베네수엘라 같은 심각한 경제파탄 상태의 나라에 진출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도 대응도 하지 못한 것이고 그로 인해 생긴 계약상의 빈틈을 소비자들이 파고든 것이죠.
마소가 스토어에 가격정보 0 하나 빼고 잘못 올렸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네가 진출한 나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인데 그 나라 경제사정이 심각하게 박살이 나서 생긴 상황이니 마소의 실수를 파고 들었다고 하기도 뭣합니다. 가격표기 실수 같은 경우야 종종 있어왔던 일이고 그런 전례를 통해 환불 처리를 해왔던 거지만 이번 일은 사실 전례를 찾기 어려워요. 기존에야 기껏해야 환율차 조금 나는 나라 간에 소비자들이 조금씩 이득을 보고 원거리 구매를 하는 것을 눈감아 주거나 막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베네수엘라 같은 극단적 상황은 겪어보지 못했으니까요. 사실 마소 정도 되는 규모의 기업에 윈도우 OS라는 특성 때문에 거기까지 진출한 것이지 다른 기업들은 굳이 그런 경제상황의 나라까지 진출할 이유가 없었기에 이번이 '온라인 다운로드 스토어 시장이 거의 처음으로 겪는' 커다란 시행착오란 거죠.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기업과 같은 물건을 글로벌 시장에서 환율차이에 따른 가격 비교를 해가며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 그리고 세계 경제 흐름이나 이번 베네수엘라 같은 극단적 케이스, 소프트웨어 온라인 다운로드 스토어 시장이 자라나며 처음으로 마주한 해프닝이자 시행착오인 것이지 소비자들이 무슨 엄청난 악의를 가지고 사기치거나 도둑질한게 아니란 말입니다.
마소도 지금 혼란 상황인데, 만약 자기네 기존 약관을 뒤져봐서 지금 상황에 소급적용 가능한 항목이 있다면 환불/회수 조치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내용이 없다면 앞으로 이번 같은 일의 재발을 막는 대책 수립 외에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시대 흐름에 따른 시장의 확대/변화/새로운 시장의 성장 속에 일어난 해프닝이지 이걸 가지고 소비자들을 무슨 악당 취급하는건 부당합니다.
그리고 마소가 뒤늦게 막은건 자기네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에 대한 일차적 대응일 뿐이지 '마소가 막은거 보니까 그 행위가 무조건 부당한 거'라는 반증은 되지 못합니다. 그게 부당했는지 아닌지는 마소 기존 약관을 뒤져보고 관련 내용을 찾아와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거쳐야 판단 가능한 부분이고, 여기서 마소 내부에서도 아직 판단을 못 내린 상태에요.(소비자 대응을 제각각 다른 말로 하고 있는 상태니까요) 약관을 만든 마소 본인들도 아직 판단 못내리고 있는 일이니 지켜보자는 거지 그걸 무슨 '소비자가 도둑질 해놓고 마소탓으로 돌린다' 이렇게 말할 건 못되죠.
또, 일부 환불처리된 내용들을 쭉 살펴보니 구매가 폭주해 서버가 느려지고 마소가 뒤늦게 사이트 내 구매를 막는 과정에서 구매 절차 중간에 뻗어버린 경우들도 있습니다. 혹은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이유로 환불이 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요. (제품군 별 약관 내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아직 정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냥 무조건 마소가 일부 환불 처리 했으니 부당한거다! 이런 건 논리적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