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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6 17: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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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군 소방대에 복무할때 벌집제거도 했었는데 초여름~가을사이에 벌집신고 엄청 들어왔었죠.. 한창 시즌엔 일주일에 5일은 무조건 출동한것 같네요.. 하루에도 여러번씩 출동했구요.. 벌집제거병이 소방대원들중 저 하나와 하사한명 딱 이렇게 배정되어 있었고, 기본 업무 외에 따로 하는거라 엄청 바빴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단장같은.. 높은분들 지내는곳에서 신고가 오면 하던 훈련도 멈추고 출동했던지라.. 가끔은 좋았기도 하네요. 헤헷.. 특히나 저는 벌집제거가 그렇게 재밌어서... 출동할때마다 놀러나가는 기분이었던.. ㅎㅎ 불끄는 훈련만 하다가 불지르러가니 재밌긴 했죠 하핫..
저희도 벌집제거할때 토치와 에프킬라로 화염방사를 하여 제거했습니다. 아무래도 벌들이 다들 모여있을때 불을 확 끼얹어주면 날개가 확 타버려서 땅으로 우수수...... 떨어지거든요... 허허.. 벌집 주변에 날라다니던 애들은 배드민턴채로 쳐냈구요.. 그리고 벌집 자체는 긴 나무 막대기끝에 껌떼는거 붙인 장비로 긁어서 떨어뜨린다음 그 안에 있는 애벌레들은 모두 밟아서 죽여야만 했었네요.. 소방장화를 신고 있긴 했지만.. 그 터지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밟기 싫었지만.. 하사가 항상 그렇게 시켜서...ㅠㅠ
출동할때 복장은 소방복 상하의, 소방장화, 가죽장갑, 양봉망을 썼고, 말벌이 옷 속으로 들어오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의와 하의 사이의 벌어진 틈, 바지와 장화의 벌어진 틈 등 틈이란 틈은 모두 청테이프로 감고 출동했습니다.
벌들은 모두 말벌뿐이 없었고... 벌집은 보통 다 지어졌거나(구형) 그냥 접시형(육각형 애벌레집이 보이는..)이었는데 구형 말벌집의 경우 가끔씩 중대장급분들이 벌술담근다고 벌집 태우지말고 통째로 따달라고 할때도 있었는데 그땐 스펀지로 벌집구멍 막고 양파망으로 감싸서 땄었어요.. 근데 그 과정자체가 벌들이 주변에 엄청 날아다니기 때문에 엄청 소름이 돋고 무서워서 두번밖에 성공 못하고 나중엔 다 실패만했었네요 ㅠㅠ
그리고 때가 2010년도였는데 그때 엄청 큰 태풍이 한번 몰아쳐서 벌집신고가 또 한번 엄청 들어온 적이 있었네요. 벌집들이 땅에 떨어지거나 박살난게 많아 벌들이 집에 못들어가고 벌집주변에 날아다니니 평소에 안보이던 벌집도 발견이 되고 해서.. 한번 힘들었던적이 벌들이 나무 속에 집을 지어놨을때... 제거하기가 참 난감했었네요.. 태풍이 오고난 후여서 나무가 젖어있어 불에 쉽에 타진 않는 상태였지만 불길이 나무 속 구석구석까지 들어가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무를 쪼개 속을 볼수도 없고 해서 에프킬라만 왕창 뿌리고 주변에 날아다니는 벌들 배드민턴채로 잡고 돌아왔었던 기억이 있네요..
무튼.. 말벌 무섭습니다.. 출동 나갈때 그렇게 중무장을 했는데도 귀 바로 옆에서 수많은 말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ㅠㅠ
참고로 집 안에 말벌집이 생긴경우 부디 함부로 에프킬라, 토치로 불지르지 마세요.. 일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제가 출동할땐 한상 2인1조였고, 무조건 소화기 지참이었습니다.
안전하게 119 부르시거나 정말 주변에 화재위험물질이 없다 싶으실때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ㅠㅠ(저도 한번 테니스 코트 주변에 빙 둘러 쳐져있는 천막 한번 태워먹어서 소화기로 불끈적이 있어요 ㅠㅠ)
오랜만에 벌집을 보니 괜시리 추억에 잠겨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네요..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