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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2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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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발견된 심환지와 교환한 서신첩인 《정조어찰첩》을 보면 '학자군주'답지 않게 왕의 표현이라 볼 수 없는 표현들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자유자재로 욕설과 막말을 구사하는 모습 때문에 화제가 되었는데, 예를 들면 "입에서 젖비린내 나고 사람 꼴도 못 갖춘 새퀴랑 경박하고 어지러워 동서도 분간 못하는 병진이 감히 그 주둥아리를 놀린다."라거나, 대신 ○○○는 몸에 동전 구린내가 나서 주변이 모두 기피하는 놈이다", "호로자식"이라든지
어떤 편지에는 '아놔. 내가 새벽 세시까지 잠 못자고 이러고 있다.'란 말 뒤에 '가가(呵呵)'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건 웃음소리 '껄껄'을 뜻한다. 요즘으로 치면 "ㅋㅋ"나 다를 바 없는 표현. 이런 걸 보면 키보드워리어의 지존 초성체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을지도.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창제할 때 집현전 학자들과 신명나게 논쟁을 벌였던 전례도 그렇고, 조선 왕실 혈통에는 어쩌면 키배의 재능(…)이 흘렀는 지도 모른다.
어떤 편지에는 한자로 쓰다가 너무 격해져서 마땅한 한자가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갑자기 한글로 近日僻類爲뒤쥭박쥭之時...(요즘처럼 벽파가 뒤죽박죽 되었을 때는...)라고 쓴 표현도 있고, 심환지 본인에게도 "갈수록 입조심 안하는 생각 없는 늙은이"라고 면박을 주는 편지도 있다. 한자로 쓴 편지에도 한국어에서 표현하는 속담을 자주 한자로 옮겨서 인용하고, 이두식 표현도 많이 등장한다. 정조 자신이 소설 장르를 탄압하고 이를 따라하는 신하들에게 바른 문체를 강요했다는 점을 생각하다면 참으로 이중적인(…) 면모라고 할 수 있다.
출저 : 엔하위키 http://mirror.enha.kr/wiki/%EC%A0%95%EC%A1%B0#s-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