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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7 2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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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인건 정말 미안하지만 혹시나 해서 적어봐.
내 동생이랑 나이도 같고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제과점 하는거 꿈이라며.
내가 예상하는 네 미래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직딩들한테 갓 만든 샌드위치에 커피도 팔거고, 가끔 꼬마손님들 오면 손에 작은 초코과자도 몇개 쥐어줄거야.
얼굴에 박력분 가루도 좀 묻혀가면서 단오븐에서 달달한 빵 꺼냈는데 오븐 열기때문에 흐르는 땀 잠깐 훔치고 숨도 좀 돌리고.
매장에는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 흐르고, 매일 같이 빵사러 오는 초딩손님에 손녀딸 주겠다면서 맛없는 팥빵 사가시는
멋쟁이신사 할아버지를 보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을거 같은 느낌이 들어.
어때? 생각만해도 좋지 않아?
뭔가 텅 빈 가슴 한켠이 오롯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들거야.
지금 당장에 상황이 뭐같고 급한건 알아. 너가 어떤 감정인지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서.
눈앞에 떨어지는 달달한 유혹들이 있어. 아까 말했던 업소라던지 아니면 그런 유혹들이 있을거야.
지금 당장 물새는 구멍을 막자고 그런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다른 나쁜생각들도.
지금처럼 멘탈 놓고 우왕좌왕 하지마. 편의점가서 얼음컵 사다가 얼음이라도 오도독 씹으면서 정신좀 다시 잡고.
차근히 생각해봐.
당장 필요한건 한달치 36만원이지?
이건 택배 일주일이면 갚을수 있어. 일단 이거부터 갚아.
그리고 나머지 5개월치 밀렸다지만 당장 내라해서 예예 내겠습니다. 하지말고.
상황 쪽팔려하지말고 차근히 말씀드리고 안떼먹는다고 말하고 공장에 바로가.
한두달이면 갚을수 있어.
물론 택배처럼 바로 돈이 나오진 않아. 하지만 적어도 택배보다 고되지는 않을거야.
가불이야기도 하지말고.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포장하면서 잠시라도 잡념을 잊어.
그러고 월급 나오면 어느정도 갚고 치킨에 맥주한잔 하면서 잠시 숨을 돌려.
그리고 다시 한달만 더 일하면 되는거야.
나머지 금액 다 갚고나면 털고 일어나서 제과공부하고 일하면서 남은돈 찬찬히 갚아.
돈이 갚아지면 그때부터는 네 가게 만들 준비를 하는거야.
화끈하게 적금부어서 돈모으고 그거에 은행에서 돈좀 보태면
짠! 네 이름을 간판으로 하고 있는 제과점이 네 눈앞에 있을거야.
자, 어때 쉽지?
덴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
"목표가 생기면 무작정 달려들어. 실패를 두려워할 여유같은건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