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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07: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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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 '이야기'보다는 약했어요. 머리를 툭 하고 치는 폭력에서 시작된게 아니라 제가 지나갈 때 쯧 하고 혀차는 걸로 시작했거든요.저 이야기 속의 화자처럼 직접적인 폭력을 당한게 아니라 그냥 제 존재가 부정당했어요.저는 저주인형에 못을 박아넣는게 아니라 제 몸을 그었어요.대상이 누구인지 모를 저주를 내뱉다가,수학여행이 다가왔어요. 왜 그랬는지 이해는 안가는데, 그 애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려고 했어요. 허리께까지 오던 그 머리칼을 싹둑 잘라버리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고 매일매일을 상상했어요.제가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위를 준비하고서 수학여행 둘째 날 밤에 자고있는 그 애 앞에 섰어요.정확히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엄청 복잡한 기분이었던 거 같아요. 아마도 이야기 속의 화자가 처음 못을 박아넣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결론만 말하자면 저는 그 날 밤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 뒤로 그냥 다 잊어버렸어요.걔가 절 미치게 만들었던 거나 제가 걜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거나, 그냥 다 없던 셈 치기로 했어요.저는 비록 아무것도 못한 겁쟁이지만 누군가를 저주하는게 동반자살을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는게 정말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