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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0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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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 일이 있고 난 후, 난 기묘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어떻게 내가 쌍절곤을 볼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난 집에서 굴러다니는 카드놀이 세트에서 무작위로 꺼낸 4장의 카드를 순서대로 장롱 위에 두었다.
그리고 웹캠을 설치해서 그 카드 주변을 촬영하게 했다. (웹캠에는 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장비가 없었다면 꽤나 귀찮을 일이지만 마침 웹캠도 있었고 개인 NAS도 있었기에 그것을 조금 손봐서 cctv용 저장소로 쓸 수 있었다.
잠을 자는 동안 NAS의 소리가 거슬렸지만 당시 호기심에 가득 찼던 나는 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금방 끝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도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24시간 동안 계속 윙윙거리는 NAS와 먼지가 수북히 쌓인 카드는 어느새 나에게서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난 유체이탈을 경험했다. 점점 몸이 떠올랐다. 그리고 카드를 봐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나는 집중해서 찬찬히 카드를 보았다. 스페이스8, 하트6, 킹 다이아, 흑백조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웹캠을 바라보았다. 날 찍고 있었다. 내 영혼을 말이다.... 난 하염없이 카메라 렌즈를 바라본다.
나는 어느샌가 기억을 잃었고 그 다음은 아침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허겁지겁 장롱 위의 카드를 보았다.
그 카드를 확인하고자 하는 궁금증이 너무나 컸기에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 카드는 모두 일치했다!!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NAS를 급히 컴퓨터에 연결했다. 잠도 깨지 않고 미친사람처럼 컴퓨터를 켰다.
동영상이 보였다. 난 몽유병이 걸린 사람처럼 멍하니 장롱 위의 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상의 나는 영혼이 아니었다. 난 몽유병이었던 것이다.
영상 속의 내가 카드에서 웹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의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다 갑자기 영상 속의 내가 깜짝 놀라며 뒤로 쓰러진다.
뭐지? 내가 쓰러진 건가?... 왜 쓰러진 거지?? 카메라 렌즈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랐던 건가?? 젠장 머리가 다친 거 아냐?
나는 손으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내가 쓰러진 자리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쓰러져 있는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