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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5 23:50:01
1
나의 길
서 정 주
내 길은
한정없이 뼏혀 있고,
안 끝나는 길이로라.
산을 넘어가면
또 산,
그 산 넘어도 또 산의
첩첩산중 길이로라.
사막을 건네가면
또 사막,
그 사막 넘어가도 또 사막뿐인
아득한 아득한 사막길이로라.
그러나 이 길엔
바이칼 호수 같은
세계에선 제일 깊고
세계에선 제일 맑은
호수물도 있나니,
이런데서 쉬어쉬어
다니어갈 길이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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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1
김 초 혜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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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이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