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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30 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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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 작성자님 보니 왠지 몇 년 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조금 더 글을 적어 볼게요.
저희 가족들도 저 빼고 다 콘크리트들입니다. 그나마 동생은 무관심한 녀석이라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도 이명박이 대통령자리를 도둑질한 2008년부터 끊임없이 가족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지금 정부가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라고 했는데 그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 왜 이렇게 극단적이냐?",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삐딱해졌냐" 등등... 정말 참기 힘들었죠.
하지만 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위에 계란 부딪치듯이 계속 진실을 외쳤죠. 하지만 이명박 정권 내내 콘크리트는 깨지지 않더군요.
그랬는데 어느 날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마트에서 일하기 시작하신 후로 세상과 접촉하기 시작했고 점점 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뜨시기 시작하시더라구요. MB 정부 말기였던 2012년에 어머니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노무현 대통령때가 가장 살기 좋았다. 그 때의 정책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상당 수가 훗날에 좋은 일을 가져왔다."라고요. 그리고 12월 11일이었나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 때 제가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팩트TV로 생중계를 크게 틀면서 봤어요. 동생도 "너무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해라."라고 투정부리긴 했습니다만 사건이 워낙 아스트랄하게 진행되다 보니 국정원 등을 욕하더라구요.
그리고 세월이 조금씩 흘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대선개입 규탄 촛불시위에 관한 정보가 차단되고 있다는 걸 동생이 어떻게 알았는지 저랑 같이 얘기하면서 "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썩었는 줄 몰랐다."라고 얘기하데요 ㅎㅎㅎㅎㅎㅎ 드디어 조금씩 다른 가족들도 진실을 알게 되었던 거죠.
그리고 지금... 세월호 학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여전히 계속 진실에 관해 가족들에게 알렸죠.
이제는 아버지 외에는 거의 모든 가족들이 진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저랑 그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아마 한계선이 넘었던 거겠죠.
감정이 넘쳐서 말이 횡설수설했는데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겁니다.
1. 아직 진실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를 땐 어떤 논리적인 말도 소용이 없다. 우선은 진실에 대해 접촉할 기회를 어떻게든 늘려라.
2. 그리고 진실을 끝없이 외쳐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량이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다.
3. 그러다 한계선이 넘게 되면 서서히 진실을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인생 경험으로는 이렇네요. 제가 논리적으로 말을 잘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식을 썼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습니다.
이 경험이 모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테니 참고하시고 다른 방법들도 찾아보시고 스스로 생각해보셔서 소통을 끊임없이 하세요.
이상 지나가려던 사람이 변덕이 나서 오지랖을 부려 봤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