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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4 05: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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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허리가 숙여지고 다리가 굽혀진다. 비명소리와 곡소리, 웃음 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리를 피고 몇걸음 걷다가 주저앉는다. 주변 공기가 무거워진다. 그러나 당사자는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부끄러울 시간도 아깝다. 누군가가 와서 등을 때리는 게 느껴진다. 엉덩일 치라는 훈수가 들린다. 고맙긴 하지만 별 도움 안 되니 꺼져달란 손짓을 해본다. 자신의 선행에 주의가 쏠린 타인의 손길은 멈추질 않는다. 어둡다. 눈을 뜨고 있어도. 저 사람 왜 저러냐는 말과 급소를 혹은 ㅈㅈ를 혹은 ㅇㅇ을 맞았다는 말이 청소년 드라마 대사처럼 오간다. 다시 한번 손사래를 친다. 그제서야 오롯이 혼자 내면을 마주할 시간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