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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2 23: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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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제 부모님과 워낙에 닮아서 꽤 오래 생각에 잠겨있었네요. 일단 정리를 해보자면... 관계 개선을 위해서 아내 되는 분이 해야 할 것도 있겠지만 우선 글 쓴 분이 해야 할 것 위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단, 술을 줄이는 것이 아내분에게는 가장 육안으로 빠르게 들어올 겁니다. 평일에는 마시지 않고 (한잔으로 줄이는 것도 안됩니다. 줄일때는 확실하게 줄여주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습니다.), 주말에만 한 병 정도 마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지쳤거나 힘들 때 술이 잘 받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잘 받는'것일 뿐 신체적으로는 오히려 다음 날 컨디션에 악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작성자님은 비교적 수동적인(즉, 굳이 누가 시킨 일이 아니면 딱히 하지는 않는) 타입으로, 아내분은 액티브한 타입으로 보입니다. 이 때 아내분은 작성자님에게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가계가 힘든 상황에서, 조금 움직이면 돈 벌 수 있는 방법도 널렸는데 왜 그걸 하지 않나'하는 마음이죠. 물론 이건 확실한 건 아닙니다만 제 부모님들의 경우는 그러셨고요. 예를 들어서 제 아버지는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고, 어머니는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으면 관련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고객이 되어달라고 하면 되지 않냐는 입장이셨습니다. 이건 작성자님이 성향 자체를 바꾸셔야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 겁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아내분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가사 부분은, 일단 기본적인 것(청소/빨래/육아/요리)들은 간단하게나마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중요한 것은, '신경을 써라'가 아니라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라'입니다. 아내분이라고 해도 전지전능은 아니기 때문에 작성자님이 실제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도 모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조금씩 자기어필을 하되, 그것이 생색내는 것 처럼은 들리지 않게 조절을 해주세요. 예를 들어 "당신이 없는 사이에 이런이런 걸 했어" 보다는 "당신이 이러이런 것까지 하려면 힘들 것 같아서 내가 미리 해봤어. 더 필요한 것 있어?"와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내분에게는 더 잘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얘기인데, 지금부터 내가 변화하겠다고 미리 아내분에게 언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미리 알고있으면 조그만 변화도 눈에 더 확확 들어오는 법이거든요.
어쩌다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글이 길어졌네요. 힘내시고, 관계를 회복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