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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6: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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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젊었을 때, 시골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날이 저물어 여관에 들었는데, 주인이 유숙하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뜰에 앉아 있는데, 주인의 아이가 커다란 진주(眞珠)를 가지고 놀다가 뜰 가운데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곁에 있던 흰 거위가 곧 삼켜 버렸다. 얼마 안되어 주인이 구슬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자, 윤회가 훔친 것으로 의심하여 묶어 두었다가 날이 새면 장차 관에 고발하려 하였다.그러나 그는 변명하지 않고 다만 말하기를, “저 거위도 내 곁에 매어 두라.” 하였다. 이튿날 아침 구슬이 거위 뒷 구멍으로부터 나왔으므로 주인이 부끄러운 빛으로 말하기를, “어제는 왜 말하지 않았소.” 하고 사과하니, 공은, “만일 어제 말했다면, 당신은 필시 거위의 배를 째어 구슬을 찾았을 것이오. 그래서 욕됨을 참으면서 기다렸소.” 하였다.
출처: 연려실기술 제3권 | http://db.itkc.or.kr/dir/item?itemId=BT#/dir/node?dataId=ITKC_BT_1300A_0040_010_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