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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17: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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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이 좋은 시댁이 아닙니다.
땡전 한푼 없어요.
지금도 벌이가 넉넉치 않으시죠.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서
17살에 홀로 서울 상경해서
닥치는 대로 일하신 우리 아버님,
30대 지나기 전에 피붙이가
다 병으로 세상 떠나 가족이라곤
아들며느리부인밖에 없는 우리 아버님.
가난한 집의 둘째 딸로 태어나서 19살에
24살 아버님 만나 결혼하신 우리 어머님.
남편은 어렸을 때 생쌀을 씹어먹기도 했었고,
라면 세 개로 일주일을 버틴적도 있었대요.
그러니까....우리 어머님아버님은 저희 결혼할 때
도와주시고 싶어하셨지만 정말, 여력이 안 됐죠.
인사드리러 갔을 때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가난한 집에 시집오는 구나.. 너무 미안하다.."라고.
사실 남편이랑 결혼 준비할때 우리가 알아서 하는게
당연한거 생각하고 잘 진행하고 있었고
친정도 그런 거 전혀 속상해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렇게 말씀하실 때 보태주고 싶은데 못 보태시는게
얼마나 속상하실까 생각이 들어서
제가 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랬네요..
인사드린지 6개월 후,
결혼식 일주일 앞두고 두 분이랑 식사하는 중
어머님이 뭔가를 부시럭 꺼내시더라구요.
"00야 이거..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열어봤더니....순금가락지 한쌍하고 목걸이가 들어있더라고요.
"너무 투박해서 에그..좀 이쁘게 할걸 미안하다."
어머님이 민망해 하시는데 그만
주책없이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인데 그거라도 저
주시고싶다고 여섯 달동안 모으신거에요.
친정 가서 보여 드리고 얘기를 하니
우리 엄마도 눈물 펑펑하며
세상에 세상에 연발하시고 저도 또 울고..
결혼한지 5년이 다 되가지만 지금도
신랑보다 울 아버님어머님이 더 좋을 때가 많아요.
지금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시는 어머님
항상 아픈데 없냐고 걱정해 주시는 어머님
내가 복이 많아서 너 같은 애를 가족으로
맞았다고 하시는 어머님
시댁에 갈 때마다 귀한 무녀독남 외아들 밥보다
제 밥을 더 복스럽게 담아주시고
많이 먹으라고 하시는 어머님.
사돈어른은 무탈하시냐며
항상 안부 물으시는 어머님.
너도 외동딸인데 친정부모님이 시집보내고
마음이 얼마나 허하시겠냐며
명절때 친정 먼저 갔다 오라고 등 떠미시는 어머님....
제가 전생에 나라를 백개 쯤 구했나보다 하고 삽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갑자기 눈물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