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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8 23: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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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바다에 사는 해달의 행태를 보면서, 글쓰기에 대한 은유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에 4백 회가량이나 물질을 해야 하는 어미 해달은 잠수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을 물 위에 발랑 뒤집어 눕혀놓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잠수 시간은 고작 4분이라 한다. 글쓰는 사람에게 어미 해달과 아기 해달은 한 몸이 아닐까. 그는 겉똑똑이 머리를 잠재워두고 몸속 깊은 곳을 들락거리며 쉬임 없이 연상의 물질을 해대는 것이다.
또한 해달은 바다 밑에 뿌리를 두고 수십 미터 웃자란 해초다발에 몸을 감고 잠든다. 밤새 거센 파도에 떠밀려가거나 암초에 부딪히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몸의 언어로 하는 글쓰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 글쓰기는 욕조를 타고 대서양 건너는 일과 같다고 했지만, 언어라는 연약한 물풀에 몸을 감고 밤새 뒤척이며 날 새기를 기다리는 것. 내가 본 프로에서, 어미 해달은 폭풍이 몰아치던 밤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물질도 할 줄 모르는 아기 해달만 남아 떨고 있었다.
글쓰는 사람이여, 당신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는가.
-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서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