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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12: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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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와 요리사 생활을 하던 김팔용 씨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삼척시 MTB 동호회를 방문해 지인의 권유로 처음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이다. 전문 MTB를 처음 접한 김팔용 씨에게 자전거는 모르고 있던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터질 것 같은 다리로 페달을 밟고 있으면 마치 가난으로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행복했다고 한다. 2003년,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한 MTB숍의 주인이 중고로 내놓은 카본 프레임을 80만 원에 구입하며 본격적인 라이더의 길로 들어선 김팔용 씨는 이후 믿기 힘든 기록을 만들어 낸다. MTB 입문 1년 만에 출전한 2004년 제2회 대관령 힐클라힘 대회에서 남자 3그룹 1위를 차지 한 것. 2위와의 기록은 1.44초였다.
평생 자전거를 탄 선수들도 힘들다는 MTB를 마흔의 나이에 처음으로 우승한 그는 이후 2008년까지 열린 30여 개의 대회에서 전체 1위를 싹쓸이하며 세상을 경악시킨다. 그에게는 ‘산악왕 김팔용’, ‘힐클라임의 황제 김팔용’, ‘업힐왕 김팔용’, ‘자전거대회 일인자’, ‘자전거의 레전드’라는 수많은 별명이 따라붙었다. 특히 2007년 8월, 강릉에서 열린 제5회 대관령 힐클라임대회는 그를 미처 모르던 사람들에게까지 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웃긴 생각이었죠. 당시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어서 대회를 한 달 앞두고 로드바이크를 샀어요. 로드바이크로 MTB 대회에 참가했을 때 기록도 궁금했고요. 그런데 실수로 대회당일 클릿슈즈, 헬멧, 장갑을 다 빼고 자전거 한 대만 싣고 강릉으로 가게 됐어요. 큰일이다 싶었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돌아가긴 이미 늦었죠. 다행히 동호회 회원에게 헬멧과 고글을 빌릴 수 있었어요.”
장갑과 클릿슈즈는 물론 물통도 챙기지 못하고 시작된 경기. 김팔용 씨는 불안한 마음을 버리고 이내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관령 99굽이를 돌다 보니 서서히 운동화와 맨손이 적응되기 시작했다. 한 명 한 명 제치며 올라가던 김팔용씨의 눈앞에 어느덧 결승선이 보였다. 기록은 44분 07초. 그보다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선수는 없었다. 1위였다.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