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보복인사' 일파만파…분노한 언론계 "집단행동"
2011년 05월 13일 (금) 19:03:18 송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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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더데일리】송지선 기자 = MBC가 12일 이우환PD와 한학수PD를 각각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 낸 것과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시대의 파수꾼 내쫓은 죄값, 이제 치를 준비하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논평을 통해 "김재철 MBC 사장이 연임된 후 낙점된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핵심 PD들을 <PD수첩>에서 빼는 등 <PD수첩>을 고사 직전까지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의 추악한 본질은 이미 드러나 버렸다"면서 "진실의 목격자를 죽이고, 시대의 파수꾼을 내쫓은 것이다"며 인사이동의 부당함을 거듭 강조했다.
◆ 인사이동, 절차·PD 제작 자율권 무시
특히 이번 인사이동에서는 지난 3월 인사이동과 같이 인사이동 절차를 무시되는 절차상 문제가 반복해 드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인사이동의 경우 옮겨갈 프로그램을 함께 상의한 뒤 해당 부서로 발령 내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한다. PD의 제작 역량을 최대한 살려 그들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방송사 내부의 방편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최승호, 홍상훈 PD는 프로그램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이 아닌 관리역에 전출 당했고, 12일 이우환 PD와 한학수 시사교양국 PD도 각각 비제작부서인 ‘용인 드라미아’와 경인지사로 발령받았다.
때문에 이번 노조와 언론계 안팎에선 "<PD수첩> 인사는 뚜렷한 근거도 명분도 없는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발령을 받은 이우환 PD도 트위터(@leewoohwan)를 통해 "방금 인사발령이 났군요. 회사는 저를 피디수첩에서 방출해버렸습니다"라면서 "암담한 세월입니다"며 개인 의사를 무시한 인사이동에 대한 찹찹한 심경을 밝혔다.
◆ MB정권, 불편한 <PD수첩> '광우병 보도'부터 '소망교회'까지
한편, 언론계는 이번 <PD수첩>인사이동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단행된 사장 교체보다 더 심각한 언론장악으로 진단하고 있다. PD 교체에 이어 프로그램 내용까지 상부의 검열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사이동은 <PD수첩>이 현 정권에 불편한 사안을 다룬 이후 단행됐다.
최승호PD는 <공정사회와 낙하산>, <4대강 수심 6m의 비밀>, <스폰서 검사>, <소망교회> 사안을 다뤘고, 이우환PD는 <우리는 살고 싶다-쌍용차 해고자 2년>, <남북경협 중단 1년 그 후>를 제작하면서 발령을 받았다.
특히 이 같은 조치는 PD의 1인의 역량으로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는 <PD수첩>의 특성상,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론계가 '성역 없는 비판'의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노조도 "현재 PD 수첩에서는 ‘제작 자율성’이 희박해 졌고, 심지어 ‘검열의 천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제작 환경은 척박해 버렸다"면서 "급기야 아이템을 문제 삼고, 사규까지 어겨가면서 ‘보복 인사’를 자행했다"고 MBC 내부 분위기를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현재 MBC노조에 대한 단협 해지와 전직 위원장과 지역 지부장에 대한 해고, 지역MBC 통폐합은 물론 기자, PD, 아나운서, 비정규직 까지도 각종 협박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하고 "공포가 일상화돼 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번 인사이동에 대해 "<PD수첩>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MBC를 난도질한 세력들을 응징하고 철퇴를 내릴 것"이라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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