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4
2017-10-12 08:46:33
60
논란이 불거진 후 “페미니스트인 척 하더니 알고보니 성폭행범이었네?”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내게 그건 반전이 아니라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무려 PC통신 시절부터 접해온 그 허다한 남자 페미니스트 중 '알고 보면 gae새.끼'가 아닌 인간은 통계적으로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내가 페미니즘에 과장되게 위악적 태도를 취하게 된 근본 원인이다.
상대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어른이건 아이건 상관없이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굳이 온라인에서 “남자라서 미안합니다” 식의 쇼를 하지 않는다. 그건 자신이 개인으로 저질러온 추행에 대한 책임을 남성이라는 귀속집단에 전가시킨 뒤 억지로 거리를 벌림으로서 자가 면죄부를 얻으려는 비겁한 행위일 뿐이다.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내 딸의 상대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남자보단 꼴마초라 칭하는 남자를 고를 것이다. 압도적으로 그 편이 안전하다.
-장주원 작가 페이스북 中 박진성 시인 성추행건에 대해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