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계천변에서 살며시 다가워서 어깨동무하고 내 귀에 대고 살포시 속삭이던 그 목소리
"일본 미국 러시아 100% 보장 말만해 다 있어! 얼마있어? 맞춰줄게. 화끈해 A급 A급 화질좋아"
지금은 구글에 검색만해도, XVI*** Po**HUB등등 1분이면 와르륵 쏟아지는 그녀들이 있지만,
두근 두근한 마음으로
검은 봉투에 쌓인 그것과 교재산다고 꼬불쳤던 2만원을 바꾸고
혹여 놓칠세라 안중근의사 도시락통 보관하던 마음으로 조심스레 품속에 보관하여
주체할 수 없이 킁킁 콧바람을 내뿜으며
집으로 돌아온 길
부모님은 언제 자리를 비우실까
옆집 진석이 한테 5천원에 빌려줄까 고민하던 그 순간....
마침내 부부동반 모임에 가신 그날
혼자 집 잘 볼 수 있다며 걱정하시지 말고 어여 다녀오시라고
부모님을 내보내며
아버지께서 큰맘먹고 사온 8헤드 블랙 다이아몬드 비디오에 집어넣던 그 순간은
아파트 고층이면서도 누가 볼새라 커튼까지 치고
두근두근 하며 재생버튼을 누르던 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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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나오는 아기공룡 둘리의 뾰족하고 긴 꼬리를 보며 그것과 닮앗다는 상상을 하며
[그래 이제 곧 나올거야. 단속반 검열에 안걸리기 위해 앞부분은 저런걸 녹화하기도 한댔어]
라고 불안하던 마음을 스스로 달래가며
VHS 45분짜리 풀사이즈의 아기공룡둘리를 다 보고 나서
둘리가 도우너랑 주인아저씨의 낚시대 레코드판을 다 부쉈을 때의
고길동이 더 빡쳤을지,
아니면 당시 내 심정이 더 빡쳤을지...
고민하던 그 기로를....
요즘 친구들이 과연 알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