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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14: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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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학번 신입생 일 때 안동 병산서원으로 학생회 행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지역의 대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였고 1학년이 뭘 알겠습니까마는 사람들도 좋고 풍경도 좋았습니다
저희 대학의 출발지인 경북 경산에서 안동까지는 서울 가는 길보다 더 멀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서울대 고려대 서울교대는어떻게 왔을까요;;;)
지금은 교통편이 많이 좋아졌지만 99년도에는 경산에서 안동 병산서원을 가려면 서대구 터미널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안동으로 간 다음 하루에 두 대밖에 다니지 않는다는 버스를 타고 병산서원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각종 식자재들(주로 술...)을 들고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면서 안동까지 도착할 때는 사실 어린 마음에 짜증도 났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두 번밖에 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까지 그것도 안동하면 하회마을인데 처음 들어보는 병산서원이라니 왜 이런 곳으로 모이나 싶었는데 오전에 출발했음에도 버스 시간의 간격이 있어 도착할 때는 오후가 끝나가는 무렵 아니었나 싶네요
땀을 좀 식히고 주위를 둘러보다 병산서원 만대루에 올라섰을 때 느꼈던 감정은 국어교과서에서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어쩌고 하는 그 시구가 절로 나왔었습니다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만큼 멋진 풍광이고 대단한 감동이였으며 장소를 정한 선배가 누구인지 존경스러웠고 꼭 다시 한번 오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제가 2학년이 되고 단대학회에서 mt를 갈 일이 있었는데 제가 고집스럽게도 병산서원을 주장했었습니다
사실 큰 문제가 있었던게 이동시간도 시간이지만 왕복 교통비가 만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당시 대학교 MT 회비가 보통 2 3만 원이었는데 교통비가 회비에 절반을 차지해 버린 거죠ㅠ
어떻게 감당할 생각이었는지 제가 큰소리쳤습니다 만약에 가서 만족하지 못하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가는 동안도 의심스러워하는 절반의 학회원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1학년 때 했던 그 세 번의 버스 갈아탐과 하루에 절반을 이동 시간으로 소요하면서 병산 서원에 도착했을 때 그 시원한 바람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또한 그때와 똑같은 감동을 주는 풍광은 물론 당시에 지었을 제 표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학회원들의 표정을 보며 예상치 못한 승리의 쾌감도 느꼈습니다
아직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피곤해했지만 너무 좋은 추억이었으며 그렇게 두 번의 방문 이후에는 입대와 다른 일들로 40대 중반이 되도록 아직 못가 보고 있네요
그 후로도 몇 번 학회에서 병산서원을 다녀갔다며 이야기들을 때는 추억에 잠기곤 했습니다
한편으로 논란이 된 사건은 천박한 시민의식을 가졌기 때문인 겁니다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비난을 하여야만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저리 개인 추억을 적었는데 꼭 한번가 보시라는 뜻에서 말씀이 많았습니다:)
99년,00년 제가 만대루에서 바라봤던 강변과 산이 그대로 노을빛을 받아 흐른테니 아주 멋진 기억으로 남으실 겁니다
25년에는 다들 소원 성취하는 한 해가 되십시오
제 소원은 윤석열이 새.끼 어차피 감방에 한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못 나오니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는 거였습니다...만 오늘 영장 집행이 결국 안 되어 버렸네요ㅜㅜ 하지만 제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