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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6 07: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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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게시판에 달아놓은 리플인데 여기에도 달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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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가 꼭 우리가 사는 세상과 모순이 없을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몇개의 공리를 가지고 하나의 수학체계를 만드는데, 이때 사용된 공리끼리 모순만 없으면 괜찮아요.
만들어진 체계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냐 다르냐는 별개의 문제죠.
예를들어 유클리드기하학은 평행선 공리를 사용하지만 그건 우리 우주에서는 거짓이랍니다.
즉 선택의 문제에요.
따라서 "신이 존재한다" 는 공리역시 말씀하신 "제대로된 공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신이 존재한다"는 공리로부터 만들어진 체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인가 하는게 문제인거죠.
( "신이 존재한다" 는 공리의 수학적 엄밀함은 논점이 아니니 넘어가죠;;)
그리고 "참인 명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그건 단순히 사용된 공리와 무모순이면 참인겁니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참인가는 별개의 문제구요.
예를들어 "한 직선에 평행이고 한 점을 지나는 직선은 하나뿐이다"는 명제는 유클리드기하학의 공리에서는 참이고, 비유클리드기하학의 공리에서는 거짓인거죠.
즉 우리가 어떤 공리를 선택했느냐에 참, 거짓이 달린거에요.
"신이 존재한다"는걸 공리로 받아들인다면,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 역시 참인 명제가 될수 있어요.
결론은, 종교로 과학을 까는것도, 과학으로 종교를 까는것도 능력 밖의 문제를 건드리는 행위라는겁니다.
서로 다른 공리를 선택한 사람들끼리 상대방의 명제가 거짓이라고 까는꼴이죠.
하지만 참, 거짓은 공리에 달린 것이고 서로 다른 공리를 선택했으니 한쪽에선 참인게 다른쪽에선 거짓이 되는겁니다.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어느 한쪽이 선택한 공리체계가 자체적으로 모순을 지니고 있다는걸 증명하는거죠.
그런데 과학은 무모순성을 지향하기때문에 모순이 발견된다면 고치면 되구요 (마치 "광속도일정"이라는 뉴튼 역학과 모순된 발견을 한 후 상대론으로 고친것처럼), 종교는 "신" 이라는 워낙 파워풀하신 공리에 의존하니 뭐 모순이 나오기가 힙듭니다.
1억년 전 화석이 나와도 악마가 우리를 헷갈리게 하기위해 거기 뒀다고 하면 그들의 체계에서는 "무모순에 참인 명제"가 되니까요.
한줄요약: 싸우지마세요